1·2심, 피고인에 무기징역 선고... 대법 "합리적 의심 없이 살인 증거 부족, 재판 다시해야"

[법률방송뉴스] 20대 초반 다방 여종업원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바다에 버린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오늘(21일) “살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 오늘는 일명 ‘부산 마대자루 살인사건’ 얘기 해보겠습니다.

지난 2002년 5월 손발이 묶인 채 칼에 수십 차례 찔려 마대자루에 담긴 참혹한 시신이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됩니다. 

피해자는 당시 다방 여종업원으로 일했던 22살의 A씨.

경찰은 당시 특수강도 전과가 있던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B씨가 사건 당시 A씨와 통화를 하고 만난 사실을 감추고 허위진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그러나 살인의 유력한 동기와 물증을 찾지 못하고 미궁에 빠집니다.

미제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태완이법’이 시행되고 경찰 재수사와 시민 제보로 양모씨가 검거되면서 반전을 맞습니다.

양씨가 피해자 A씨 통장으로 296만원을 인출한 CCTV 영상이 확보된 겁니다.

경찰은 양씨와 당시 동거했던 여성으로부터 사건 무렵 물컹한 물건이 담긴 마대자루를 양씨와 함께 차 트렁크로 옮겼다는 진술도 확보합니다.

경찰은 양씨가 A씨 통장 비밀번호를 3번 만에 알아낸 점, ‘살인 공소시효 폐지' 등을 검색한 점 등 다른 정황증거들을 추가로 더 찾아냈고, 양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됩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선 살인의 직접증거 없이 동거인 진술 등 정황증거만으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양씨는 재판에서 "가방을 주워 안에 든 통장을 이용해 돈을 인출했을 뿐, 가방을 빼앗거나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배심원단은 그러나 살인죄 유죄 7, 무죄 2, 7:2로 유죄를 평결했고, 1심 재판부는 배심원단 다수 의견을 채택해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2심도 "양씨를 범인으로 볼 여러 유력한 간접증거들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며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오늘 “제3자가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수사 초기 유력하게 거론된 용의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했다고 보인다.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에 대해 더 면밀한 심리가 필요하다“

“또한 양씨가 아닌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살인범행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단인데, 대법원에 접수됐다는 “제3자가 진범”이라는 우편의 구체적 내용이 궁금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 입장에서도, 살아 수사와 재판을 받은 사람들 입장에서도 단 일점의 의혹과 억울함 없이 추상같은 신상필벌이 세워지길 바라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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