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출국해 논란이 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오늘(21일) 급거 귀국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히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 대사가 즉각 귀국해 조사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정작 공수처는 관련 사건에 대해 아랫선 조사도 개시하지 못해 이 대사를 불러도 조사할 게 마땅치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도 마치지 못한 상태입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들 중 증거를 추려 아랫선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뒤, 윗선을 향하는 게 통상적인 수사 절차입니다.

아직 수사 기초 단계인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인 이 대사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기엔 시기상조란 우려가 나오지만 이 대사가 귀국한 상황에서 부르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공수처는 이 대사의 지명 소식이 보도되자, 4시간의 기초 조사를 거친 뒤 "필요하면 추가로 부르겠다",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만 강조해왔습니다. 필요한 선행 조사를 마친 뒤 시기가 되면 부르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이 대사가 스스로 귀국했고, 여야 가리지 않고 공수처의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공수처로선 출석 통보를 안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압수물 분석 및 아랫선 조사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사를 부른다면 지난 7일 진행된 기초조사가 재현될 수 있어 '맹탕 조사', '보여주기식 소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공수처는 아직 국방부 신범철 전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과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 등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선 지난해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지난 1월17일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출국금지하고 6개월 동안 소환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수사 지연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수처 측은 "외부에서 볼 때 기대(하는 속도)가 있는 거 같은데,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4부 평검사는 4명으로, 수사4부는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수사 중입니다.

실제로 공수처 정원은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총원 85명의 소규모 기관입니다. 출범 이후 정원이 채워진 적도 없다. 게다가 현재 공수처 처장과 차장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수사4부에 인력을 투입하기도 어렵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다른 부서에서 수사4부에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며 "갖고 있는 여건 속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