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로스쿨 출신 대법원장? 검찰총장? 생각해보니 좀 그렇다…."

"판·검사 중에 공장장 아들도 있어야 하고, 공장 노동자 아들도 있어야 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있나!"

취재 중 만난 전직 법관과 고위 검사 출신 인사가 한 말이다. 사법연수원 기수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로스쿨 제도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서민층의 법조계 진출 기회 박탈, 법과대학 존립 저해, 학문으로서의 법학 발전 저해, 학력에 의한 차별, 정의감과 순수성 훼손, 고비용 대비 질 저하, 재학생 자질 문제, 변호사 시험의 부적격성, 실무수습 부실, 지역균형발전 효과 저조, 공·사직 취업에서의 객관성 결여 등 취재하며 알아낸 로스쿨 문제점을 모두 보도에 담는 건 무리였다.

도입 전부터 온갖 지적을 받았던 로스쿨 제도였다. 갖가지 논란 중 '빈익빈 부익부' 구조에 보도 초점을 맞췄다. 10여년 전 "로스쿨은 돈스쿨"이라며 사법시험 존치를 외치는 대한변협을 두고 일부 언론은 '변협의 주장은 본질부터 잘못됐고 접근법도 틀렸다'고 비판했다.

당시 로스쿨 협의회는 사시 합격까지 평균 4.79년이 걸리고, 드는 비용은 8,000만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본 매체가 계산한 로스쿨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7년 6개월, 비용은 1억4,000만원. 사시와 비교하면 시간이나 돈 모두 거의 2배가 소요된다. 자취 생활을 한다면 돈은 훨씬 더 든다. 물론 비용은 10년 전 로스쿨 협의회가 주장했을 때와 현재 사이 물가 격차가 있다. 하지만 2013년 1,532만원이던 로스쿨 평균 등록금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에 못이겨 2023년 1,442만원으로 줄었다는 걸 감안하면 10년 전에는 로스쿨 졸업 비용이 현재보다 더 들었을 수도 있겠다.

한국장학재단 자료 분석 결과, 로스쿨 재학생 10명 중 4명은 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 비율은 지방대(15.1%)보다 수도권 소재 로스쿨(28.9%)이 15% 가까이 높았고, 국립대(18.4%)보다 사립대(25.6%)에 더 많았다.

최근 로스쿨 안에선 자신이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는 '반수' 열풍이 불고 있는데, 교육업계는 자퇴생 대부분은 대형 로펌에 입사하기 위해 상위권 로스쿨에 재도전하려고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풀이한다.

변호사 채용 현황을 보면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대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8개사에 입사한 변호사 1,581명 중 1,054명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이었다. 서울대를 제외하면 한 학기 학비가 2000만원에 달하는 귀족 사립대다. 대형 로펌의 경우 로스쿨 1·2학년 인턴 과정에서부터 인재를 눈여겨보는데, 이른바 'SKY' 로스쿨생이 입도선매되는 1순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한다.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로스쿨 교육에 비해 비교적 낮을 수 있습니다. (중략) 로스쿨 교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므로, 빠르게 법률 분야에 진출하고 싶다면 사법시험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챗GPT에게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사시 제도가 나을까, 로스쿨 제도가 나을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일전에는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공부에 매진해 법조인이 됐다는 스토리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 같은 인물을 볼 수 있을까. 상고 출신, 가난한 집안의 소년공 출신 같은 법조인 말이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시 제도를 재도입하면 되려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방송통신대나 로스쿨로 (진입) 기회 늘리는 데 대해선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서민 로스쿨'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는 현재 '야간 로스쿨'을 검토 중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이 있어야 건강한 법치주의 실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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