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부족, 잦은 전보 인사" 지적
민사합의 1심판결 평균 14개월

 

▲신새아 앵커= 전국 법원의 민사 소송 처리 기간이 최근 5년간 해가 갈수록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사 사건은 실생활과 직결된 분쟁이 많은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비용 낭비를 줄일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재판 지연 원인과 피해 사례를 김태용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VCR]

지난해 12월,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1940년대 일제 강제 동원의 책임을 묻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9년여에 걸친 기나긴 시간.

하지만 소송에 참여한 피해 당사자들은 승소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했습니다.

당사자는 모두 4명으로 일본에서 1944년 숨진 오길애 씨를 제외하고 심선애 할머니는 지난 2019년, 양영수 할머니는 2023년, 김재림 할머니 역시 2023년 숨을 거두며 판결을 기다리다 고인이 됐습니다.

이같은 재판 지연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SK케미칼이 메틸이소티아졸리논 등 흡입 독성물질 성분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혐의로 지난 2019년 재판이 시작했습니다.

5년 만인 이달 중순 항소심 판결이 내려졌지만, 재판은 대법원으로 올라가며 판결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은 또다시 시작됐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혜정 대표 /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어느 한 명의 사례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백명의 사망자와 지금도 치료비가 없어서... 너는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고 증거 증상이 명확한데도 피해를 불인정받는 피해자가 부지기수이고요.”

전국 법원의 민사 소송 처리 기간은 해가 지날수록 길어지고 있습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법원에서 민사 합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14개월이 걸렸습니다.

민사 단독 사건은 평균 5.5개월이 소요됐습니다.

합의 사건의 경우 2018년과 2019년 9.9개월, 2020년 10.3개월, 2021년 12.1개월이 걸렸습니다.

단독 사건은 2018년 4.6개월, 2019년 5.1개월, 2020년 5.3개월, 2021년 5.5개월이 소요됐습니다.

2심과 3심 역시 사건 처리가 점점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판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법조계에서는 사건 대비 법관이 부족한 점을 대표적으로 꼽았습니다.

[김철 변호사 / 법무법인 이강]
“제가 봤을 때는 결국 사건은 많아지고 양도 늘어나고 질도 높아지는데 법원의 구성원이 많이 충원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죠. 개별 재판부나 판사에 대해 각자 생각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은 사건의 양이 많아지는 것에 비해 판사의 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못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2년 내지 3년 주기로 이뤄지는 법관 전보 인사 역시 원인으로 제시됐습니다.

[임지봉 교수 /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경향, 수도권 및 서울, 그다음에 지방, 즉 경향 교류의 원칙에 의해 공정하게 2년은 서울 및 수도권, 2년은 지방, 이렇게 근무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줄지 몰라도 소송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관이 담당 사건을 처리하는 도중 다른 법원으로 이동하게 되면 후임 법관이 다시 사건을 들여다보고 심리하기까지 시간이 더욱 걸린다는 설명입니다.

[임지봉 교수 /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판 중에 2년이 돼서 다른 법원으로 옮겨가면 새 판사가 와서 다시 국민의 사건을 담당해서 소송 기록을 다시 보고 증거 검토도 다시 해서 또 재판을 한다는 말이에요. 심지어 새로 온 판사도 2년이 지나면 또 다른 데로 가고, 그러면 끝도 없이 재판이 길어지는 거죠.”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3항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사법부에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재판 지연으로 국민들이 겪는 불편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김태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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