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유연수, 음주운전 차량 치여... 전신장애 판정 '은퇴'
음주운전 처벌 미약... "상습범 번호판 바꾸자" 제도 개선 호소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전신장애 판정 후 은퇴한 유연수 선수 (사진=인스타그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전신장애 판정 후 은퇴한 유연수 선수 (사진=인스타그램)

[법률방송뉴스]

"우리 아들은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데, 가해자는 겨우 징역 4년 살고 나오면 다시 멀쩡히 일상 생활을 하게 됩니다"

지난 25일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이른 나이에 은퇴한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 유연수 선수의 어머니는 울분에 찬 하소연을 토해냈습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매년 평균 250명.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대대적으로 홍보해도 사건은 줄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실제 처벌이 미약하고 관대해 참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대전·제주 곳곳서 음주운전 사고... "형량 무겁다" 뻔뻔한 항소

최근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오지애 부장판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 위반, 강제 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 2022년 10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탑승한 차량 측면을 들이받았습니다.

차 안에는 유연수·임준섭·김동준 선수와 윤준현 트레이너, 운전기사 등 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유 선수는 87% 전신장애 등의 치명적 부상을 입었고, 1년 가까이 재활했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25세의 이른 나이로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당시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17%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남성은 유 선수에게 사과는커녕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장까지 제출한 것으로드러났습니다.

서울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속 153km로 차를 몰다가 다른 차량 2대를 들이받고 사상자를 낸 4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송경호 부장판사)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40대 강모 씨에게 이같은 실형을 선고했는데요.

강씨가 들이받은 첫 번째 차량의 운전자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두 번째로 친 차량의 운전자와 탑승자 등 3명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재판부는 "강씨가 유족을 위해 1억원을 공탁했고, 벌금형 1회 외에 전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강씨 역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대전에서도 도주치사와 위험운전치사, 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로 기소된 29살 남성이 대전지법 형사5단독(김정헌 부장판사)으로부터 징역 3년을 받았습니다.

음주운전 중이던 이 남성은 새벽에 신호 대기 중인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달아났고, 50대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가해자는 당시 사고를 목격한 시민이 문고리를 잡고 있음에도 도주를 계속해 다치게 한 혐의도 있습니다.

◇개버릇 남 못준다?... 음주운전 못 끊는 중독자들

어제(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단독(김택성 부장판사)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남성은 이달 중순 새벽 경기도 가평군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는데요.

이 남성은 경찰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간 뒤 1시간 30여분 만에 또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광주에서는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4차례나 처벌받은 한 광주 기초자치단체 임기제 공무원이 또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가 재판받았습니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김효진 부장판사)은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광주 북구청 임기제 공무원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등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2014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을 약식명령 받는 등 2차례의 음주운전과 2차례 무면허 운전 적발 전력이 있었습니다.

(법률방송 DB)
(법률방송 DB)

◇술이 문제다? 법도 문제다!... "솜방망이 정책·제도 이제는 바꾸자"

윤창호법 등 다양한 음주 관련 법·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하고 제대로 처발하는 것에는 아직도 여러 허점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시동잠금장치 도입과 상습자를 대상으로 다른 번호판을 부착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합니다.

미국 워싱턴주는 혈중알코올농도 0.15% 미만의 최초 위반자의 경우라도 최고 1년의 징역형과 벌금형 선고,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최대 사형 또는 무기징역, 상습범 내지 유죄판결 또는 최초 적발 시 시동잠금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행정 처분 관련 6개월에서 5년까지 면허 박탈형 내지 영구적 금지, 법관의 영장 없는 음주운전 증거 수집을 위한 강제 처분(채혈 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음주사망 사고 시 최대 15년 이하 징역과 과실운전치사죄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상향했습니다.

음주운전 억제를 위해 자동차보험 보험료 할증률 확대, 보상 제한 등도 거론됩니다.

영국과 미국은 최소 33%, 최대 266% 수준으로 보험료를 할증하기도 합니다.

비극적인 음주운전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는 형사 정책·제도를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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