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포스트 코로나, 일상 회복에 국내외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 편수도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면서 항공사 측과 관광지에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누군가에겐 고통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에게 공항 이전과 보상 확대는 언젠가 풀어야 하면서도 막막한 숙제라고 하는데, 정부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석대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서울 양천구의 한 주택가.

적막을 깨고 항공기가 머리 위로 날아갑니다.

김포공항에 착륙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을 찢으며 날아가는 항공기 소음은 통상 80~120데시벨.

90dB 이상은 계속 들으면 직업성 난청이 시작되는 수준입니다.

[김포공항 인근 주민]
"진짜 막 비행기도 얼마나 자주 다녀요. 쩌렁쩌렁하고 전화도 못 들었어요."

김포공항 연간 운항 편수는 지난해 기준 14만3700대.

이용 승객은 2452만4000명입니다.

공항 운행 17시간 동안 약 390대 항공기가 오르내리고, 6만7000명이 찾는 수준입니다.

이곳 아이들은 착륙하는 모습만 보니 비행기를 그릴 때 바퀴까지 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김포공항 인근 거주 초등학생]
"신기하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고..."

최근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는 항공기와 기차 등의 교통 소음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독일에선 프랑크푸르트공항 근처 주민이 조용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7% 높았고, 스위스 취리히공항 인근 주민은 야간비행 소음에 노출된 후 사망위험이 증가했다는 연구 발표도 있습니다.

이런 실정에 내몰린 주민은 김포공항 인근에만 4만2000명.

더 큰 문제는 여름입니다.

항공기는 안전상 바람 부는 방향으로 운항하는데, 여름엔 남동풍 때문에 주로 양천구 주택단지를 가르며 착륙합니다.

정부와 공항 운영사는 그간 소음피해지역 거주민을 대상으로 냉방시설과 방음제품을 설치해주고, 전기료와 TV 수신료를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주민 만족도와 체감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김포공항 인근 주민]
"여기 처음 오는 사람은 다 놀라요. 어떻게 사냐고 해요. 어떻게 그걸로 만족을 해요.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입고 사는데... 가치가 하락돼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희망이 없다..."

정부와 공항 측은 지원 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냉방시설은 현금, 방음시설은 실비로 지원하고, 기존 전기료와 TV 수신료 지급은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항공사에 부과하는 소음부담금 기준은 5등급에서 13등급으로 세분화하고, 부담금도 착륙료의 3%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소음부담금을 2배 더 징수하는 야간시간 범위도 기존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에서,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로 늘렸는데, 수입은 공항 주변 지역에 사용한단 구상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서는 피해에 대한 보상과 지역주민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꼼꼼하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습니다."

양천구는 1주택자를 상대로 재산세 40%를 감면해주는 조례안을 마련했는데, 제주를 제외하고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입니다.

하지만 항공사에 대한 부담 가중은 이용객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고, 정신적 고통을 받는 주민들은 재산상 피해도 보상받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

특히 일부 주택과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지만, 항공법상 고도 제한으로 15층까지만 지을 수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고, 사업성도 낮습니다.

양천구와 강서구, 인천 계양구와 경기도 부천시 등은 고도 제한을 포함한 개발 제한 조치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김포공항 이전을 찬성하지만, 도심 공항으로서의 가치를 감안하면 현실성은 의문입니다.

[부동산 업체] (음성변조)
"아무래도 비행기 소음 들리는 곳은 고도제한이 걸려서 (건물이) 높게도 안 올라가지만, 단지형이 거의 없죠."

선제적 관리와 내실 있는 지원.

정부와 지자체가 이렇게 공언한 것도 어느덧 수십 년째.

누군가에겐 설레는 비행기 엔진음이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선 삶의 질을 가려버린 요란한 곡조가 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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