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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택시기사 살인' 이기영.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31살 이기영이 검찰 송치 과정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신상공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기영은 어제(4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패딩 모자를 뒤집어쓰며 얼굴을 완전히 가렸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29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죄의 중대성 등이 인정되고 증거가 충분하다”며 이기영의 나이와 운전면허증 사진 등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이기영의 증명사진이 실물과 전혀 다르다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경찰은 송치 과정에서 이기영의 실물이 취재진에 의해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경찰은 이기영에게 마스크 미착용을 권고했지만, 이기영은 이를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얼굴 공개로 가족과 지인들이 피해받는 것을 우려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앞서 이기영은 지난해 28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마스크와 패딩 모자로 얼굴을 가려 실물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7~8일 파주시 아파트에서 동거하던 집주인인 50대 여성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쯤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를 충분히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아파트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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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신상공개가 결정된 범죄자들의 실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27)과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1)도 공개된 증명사진이 실물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피의자 얼굴 공개에 관련한 규정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명시돼 있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개정 2011. 9. 15.>
1.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2.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3.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4.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② 제1항에 따라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② 제1항에 따라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 연방정부기관은 신상공개 여부가 결정나기 전에 체포된 범죄자의 ‘머그샷’을 찍어 실물 사진을 보관합니다.

일본은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로, 범죄 피의자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고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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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조주빈.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형사법 전문 김정현 변호사(법무법인 창경)는 “관련 규정상 얼굴 사진을 어떠한 방식을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공개된 피의자의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다르다는 점에서 신상공개의 실효성이 언급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해 볼 때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공개 기준이 좀 더 세밀하게 갖춰져 신상공개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 운영이 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엄격한 기준 하에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머그샷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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