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이태원 참사, 그리고 소방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얘기 이어갑니다. 

김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현직 구급대원과 만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전직 구조대장과도 이야기를 나눠 봤다고요.

▲김해인 기자= 네. 지난 1979년 임용돼 34년 7개월 동안 소방공무원으로 활동한 경광숙 전 도봉소방서 구조대장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현장을 지휘했는데, 2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경광숙 / 전 서울 도봉소방서 구조대장]
“삼풍백화점 사고 때 ‘아저씨 살려주세요’하는 여자분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 목소리 낸 주인공을 생존시키지 못하고 중간에 목소리가 끊어졌어요. (요즘도) 갑작스럽게 그 목소리가 밤에 이렇게 꿈결처럼 쓱 지나가거든요. 구조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도 그렇게 많은 인원을 투입을 해서 살리지 못했다는 보이지 않는 죄책감...”

▲앵커= 많은 이들을 살리며 격무에 시달렸음에도 퇴직한 이후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게 참 안타깝네요. 

이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경 전 구조대장은 소방대원들의 정신적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적응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경광숙 / 전 서울 도봉소방서 구조대장]
“소방공무원 기본교육과정에는 신체에 대한 게 전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갑작스럽게 선배분이 (시체를) 치워달라고 하는 게 낯설고 두려운 거예요. 현장에서 접하면서 그것을 하나씩 하나씩 터득해 나가야 되는...”

▲앵커= 이같은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신의학계에선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사건 사고 현장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군에는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경찰공무원, 언론사 기자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들의 경우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백명재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백명재 교수 /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실질적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되는 거거든요. 경찰분들이나 소방관분들, 기자분들이 관련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력들이 도와서 노출되는 시간을 좀 나누는 것이...”

▲앵커= 트라우마를 줄이려면 시스템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된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네요. 

법적 제도를 좀 살펴보죠. 

앞서 리포트에서 소방공무원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병가, 업무 중단 등에 대한 요건을 좀 넓혀라, 완화해야 한다는 법조계 의견도 나왔죠. 

▲기자= 네. 김정현 변호사는 공무원재해보상법에서 이뤄지는 재해보상 및 재활정책은 주로 현금보상 지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외에도 직접적인 의료 서비스나 재활 기회를 제공해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현행법상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추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정현 변호사 / 법무법인 창경]
“사회적 합의만 이뤄질 수 있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에 대한 고위험군 직군에 대해서는 정신건강과 관련한 의무적인 검진 규정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휴식 시간을 부여한다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들을 추가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보건복지부도 국가트라우마센터 등과 함께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축해 부상자와 유가족을 비롯한 소방공무원, 기자 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데 어떤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하지만 백명재 교수는 해당 센터에 대해 “실제 이용률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또 소방청의 경우 ‘찾아가는 상담실’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백명재 교수 /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찾아가는 상담실이 1년 연중 내내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매년 예산을 받아서 입찰을 통해서 위탁 기관을 선정하는 거거든요. 매년 입찰을 하다 보니까 입찰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거죠. 꾸준히 그 소방서에 가서 그분들을 찾아봬야 되는데...”

전문가들은 “정신과 치료에 대해선 어떠한 편견도 가져서는 안되는 영역”이라면서 “사회적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앵커= 좀 더 촘촘한 법망 마련과 더불어 정신과라고 하면 느낄 수 있는 약간의 부정적인 인식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이네요. 이번 주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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