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이태원 참사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 사고로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잠겼으나,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현장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이에 관련 전문단체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선 “국민들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는데요. 

특히 직업 특성상 사건 사고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공무원들의 정신적 고통,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해인 기자가 소방대원의 트라우마에 대해 보도해드립니다.

[리포트]

[고 이남훈의 어머니]
“저는 아들 떠난 후 지금도 방의 불을 끄지 못합니다. 우리 아들이 이 시간이라도 방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고 이지한의 어머니]
“‘엄마’하며 들어올 것 같고 ‘배고파요’ 하는 환청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도 받으려 합니다. 지한이 아빠는 장례식 후 자살 시도를 했고 지한이 누나는 자기가 대신 죽었어야 한다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습니다.

비극적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참사 후폭풍은 계속 몰아쳤습니다.  

당시 참사 현장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무분별하게 SNS에 노출되는가 하면,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에선 희생자들의 실명을 유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한 겁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음 속 후유증이 남은 건 유족과 피해자들 뿐 만이 아닙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사고 현장 최일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공무원들 역시 ‘참사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병혁 /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대원]
“사고 현장이라기보다는 전쟁터나 지옥 같았어요. 왜냐하면 저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처음 봤고 사망자가 그렇게 많이 있는 걸 처음 봤거든요. 그리고 심지어 길에 많이 그냥 놓여 있었어요, 사망자들이. 그래서 굉장히 충격받았었죠.”

올해로 20년차인 베테랑 소방대원도 이태원 참사 초기대응 이후 정신적 고통을 피해갈 순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권영준 / 서울 중부소방서 소방위]
“제일 가슴 아픈 건 제가 어제 일 때문에 이태원 안전센터에 들렀다가 참사 현장을 잠깐 봤거든요. 그런데 그 골목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몇 분이라도 다시 우리가 살릴 수 있었다면 하는 죄책감과...”

이런 이유로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이태원 참사를 겪은 소방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 지원 및 처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지난달 9일 소방청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활동했던 대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해당 소방서 및 119안전센터에 전문 심리상담사를 긴급 파견하는 등 심리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8일 기준) 1033명(94.1%)에 대한 긴급심리지원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방공무원은 1년에 평균 5.9회 이상 참혹한 현장을 경험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겪을 위험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22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소방공무원은 8.1%로 지난해 대비 2.4%p 늘었습니다.

10명 중 3명의 소방공무원이 이같은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를 앓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또 구급대원의 경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심리상담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유병혁 /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대원]
“그 때 같이 (이태원) 출동 나갔던 대원 셋이 같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상담 받다가 출동 나가고 교대로 (상담) 받고 그러다 보니까 온전치 않더라고요, 상담 자체가.”

이들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력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병혁 /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대원]
“사실 휴직을 보장한다고 해도 인력이 안 되니까 누군가 휴직 들어가면 그 자리를 메꿔야 하는 사람이 와야 휴직에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스트레스 받고 PTSD 오고 그래서 한 일주일 쉬겠다고 그러면 누군가는 일주일 동안 24시간 근무를 서야 되거든요.”

현행 소방공무원복지법은 ‘질병이 현저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소방업무 수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범위가 현저히 좁다는 게 법조계의 진단입니다.

[김정현 변호사 / 법무법인 창경]
“질병 치료를 위한 병가나 보직 변경, 업무 중단 등 제도가 있는데 요건을 좀 더 완화해서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책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사고 현장은 수습됐어도 참혹했던 그날의 기억은 모두에게 그대로입니다.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격무에 시달리느라 정작 자신들의 안전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소방공무원들. 

이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지원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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