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新) 공장법으로서 플랫폼 규제
21세기 신(新) 공장법으로서 플랫폼 규제
  •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법률사무소 선율
  • 승인 2021.05.12 14: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직 영역까지 노리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이름의 유령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자들 보호 위해 정당한 규제 필요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산업혁명의 눈부신 기술 발전은 그동안 공방 등에서 수공업을 하던 장인들의 삶을 끝장냈다. 기계에게 일자리와 생계수단을 빼앗긴 장인들은 도끼를 들고 기계를 부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도도한 기술혁신의 흐름을 이길 수 없었고, 이후 수백년 이들의 도끼질은 러다이트 운동으로 불리며 기술혁신을 따라잡지 못한 사람들을 조롱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한편 산업혁명과 함께 도래한 초기 근대사회는 자본가들에게는 끝이 없는 풍요를, 노동자들에게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빈곤과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고사리 손을 가진 5살짜리 아이들이 갱내에서 노동을 하고, 하루 20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이 노동자에게 강요되어도 ‘사적 자치 원칙’을 철통같이 따르던 당시의 법은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다. 이 시기 영국 노동자들의 평균수명은 고작 25세에 불과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삶을 보며,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빈민과 노동자들을 더욱 방치해야 한다는 맬서스와 같은 자도 있었지만,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한 1일 12시간 노동제 등의 법이 필요하다는 오웬 같은 분도 있었다. 

최초의 노동법이라 평가받는 오웬의 공장법은 하루 12시간 노동제 원칙을 관철시킨 법이었다. 고작 12시간 노동제를 관철하는데도 너무나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그의 공장법에서부터 비로소 법이 노동자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약 200년간 노동자의 권리가 비약적으로 신장되었다. 노동자의 노동3권이 보장됐고, 퇴직급여와 연·월차 휴가가 보장됐으며, 최저임금제도가 생겨났고, 주 52시간 노동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모두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 아래에서 상인들에게는 여전히 철저한 사적 자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차 자본은 복잡하게 많은 보호를 받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보다, 상인의 지위를 가지는 개인사업자와 직접 상법상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른바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의 탄생이다. 방송작가, 학습지 교사, 지입차주, 택배기사 등의 영역에서부터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시장들에서는 언제나 그러했듯 이들을 공급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우리는 그 업체들을 인력파견업체라 불렀다.

그리고 이러한 인력파견업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온라인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온라인 인력파견업체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류를 타고 ‘플랫폼 기업’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불리우며, 점차 신기술과 혁신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그나마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존재했던 규제들은 이들 플랫폼 업체의 발전을 위해 혁신이란 이름으로 하나씩 폐기되고 있다.

 그렇게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는 그래도 실질적 기술 발전이 존재했다면,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와 함께 수천년간 존재하였던 브로커, 마름, 폰지 사기 등을 유려하고 세련된 용어로 세탁하는데 급급하다. 그리고 소수의 브로커나 마름, 폰지 사기 기획자들이 거액의 돈을 버는 동안 그들에 종속된 실질적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이자 상인으로서 자신들의 수익 대부분을 플랫폼 관리자에게 바치고 제한시간도 연월차 휴가도 퇴직금도 최저임금도 없는 무한 노동의 삶에 빠져들고 있다.

배달노동자, 프리랜서 번역가, 요식업자, 택시기사 등의 삶을 차례로 집어삼킨 플랫폼이란 이름의 이 유령은 이제 전문직 영역까지 노리고 있다. 오웬의 공장법 이후 사회적 약자를 지켜내는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자들의 오랜 시도는 플랫폼과 함께 마침내 성공했고, 이제 법마저 플랫폼의 지배 아래 두고 싶어 한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21세기 러다이트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나눠준다는 이익은 원래 노동자가 가졌어야 하는 몫을 일부 소비자에게 주고 대부분 플랫폼 운영자가 가지는 것임을 알아야 함을, 그리고 플랫폼이 독점 사업자가 될수록 그나마 소비자에게 돌아가던 이익도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오웬의 공장법 이후 우리의 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고, 시장에서의 공정거래를 보장하며, 독점자본의 등장을 막아오는 태도에서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다. 그러기에 플랫폼에 대한 정당한 규제는 21세기 러다이트가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의 광풍 속에 노동자들의 삶을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지켜내려는 '21세기 신(新) 공장법'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법률사무소 선율 webmaster@ltn.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7길 22 BMS 4층
  • 대표전화 : 02-585-0441
  • 팩스 : 02-2055-1285
  • 메일 : ltn@lawtv.kr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재광
  • 법인명 : 주식회사 법률방송(Law TV Network)
  • 제호 : 법률방송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4176
  • 등록일 : 2016-10-17
  • 발행일 : 2016-10-17
  • 발행인 : 김선기
  • 편집인 : 하종오
  • 열린 보도원칙 : 법률방송뉴스는 독자와 취재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 고충처리인 : 하종오
  • 법률방송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영상,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법률방송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ltn@lawtv.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