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냄새 대신 샴푸향이 느껴졌다"
"탄냄새 대신 샴푸향이 느껴졌다"
  •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법률사무소 선율
  • 승인 2021.07.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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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산업 공정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 위한 사회적·법적 해결책 찾아야 한다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연면적으로 축구장 15개 크기의 규모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를 취재하던 한 기자가 현장에서 “탄냄새 대신 샴푸향이 느껴졌다”고 말한 내용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10여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다. 생활에 꼭 필요한 잡화까지 소셜커머스에서 일종의 공동구매 방식으로 구입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기에 소비자들은 이 새로운 서비스를 열렬히 환영했다. 공유경제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착한 소비와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개념 또한 이어서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과 우버, 에어비앤비 등을 필두로, 국내에서는 쿠팡과 배민, 그리고 타다 등이 등장하며 플랫폼 사업은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금번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 대량의 샴푸가 있었다는 사실은 샴푸와 같은 사소한 생활필수품까지 플랫폼 업체에서 구매할 정도로 플랫폼이 우리의 소비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제 플랫폼 업체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다. 타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르고,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를 이용해 식사를 주문하며, 마켓컬리 등으로 장보기를 대신하고, 쿠팡을 이용해 쇼핑을 대신한다. 코로나19로 온택트 생활이 일상화되며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플랫폼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별점과 후기 기능을 이용하여 완전히 무시되던 소비자 주권을 일부 되찾게 되었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온택트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견뎌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랫폼이 일상화된 이후 상품과 용역의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장점들이 모두 소비자들에게 진정으로 주어지는 장점들이라 할 수 있을까? 최근 플랫폼의 별점과 후기를 관리해주는 업체가 공연히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판매자로부터 비용을 지불받고 별점과 후기를 관리하기 위해 빈 박스 상품을 발송시키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한다. 또한 플랫폼 업체 덕분에 상품과 용역의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하지만 실제 플랫폼에서 줄어드는 상품의 가격은 모두 판매자들인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플랫폼 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원가절감이란 목적을 위해 플랫폼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의 지위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금번에 화재가 난 플랫폼 업체 물류센터의 지하 2층에는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고 하니,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또한 열악해져만 가고 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배송이 사실은 플랫폼 업체 노동자와 플랫폼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소상공인의 희생 덕분임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그동안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은 맞다. 개인적으로 여러 소비자 사건들을 수행하며 반복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당하고도 한번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분들을 만나왔다. 그때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미비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러한 소비자 권리의 보장이 노동자나 소상공인이 가져야 할 정당한 권리를 빼앗아 가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곧 노동자와 소상공인과 동일시될 수 있고,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후생의 양이라는 것이 결코 노동자나 소상공인으로부터 빼앗은 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노동자와 소상공인으로부터 박탈한 이익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일부 나눠주고 대부분의 이익을 자신들이 영유하기 마련이며, 이는 결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행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플랫폼 산업을 소비자 주권을 보호하는 일종의 혁신으로 받아들이는 데 특별한 반성적 성찰을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에서 플랫폼 사업이라는 것이 결국은 현대판 브로커에 해당하고 과거 공정거래법이 어떻게든 막으려 했던 독점적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플랫폼 산업의 공정화를 위한 것과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것에 대한 원점에서부터의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때이다. 다행히도 때마침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쟁당국도 플랫폼 산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다. 우리 법조사회 역시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여 혁신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무분별하게 추종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법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법률사무소 선율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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