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4년 '재외국민 투표권 제한' 국민투표법 14조 1항 헌법불합치 결정
'위헌 상태'... 개정 않으면 6·13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 사실상 불가
청와대 "국회, 개헌 의지 보여라" 압박... 야당 "청와대 발 개헌 물타기" 반발

[법률방송]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늘(4일) "4월 국회에서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국회를 압박했습니다.

임 실장은 "국민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도전" "국회의 직무유기" 같은 아주 직접적이고 센 표현까지 썼는데요.

왜 국민투표법이고 무엇을 개정하라는 건지, 개헌 국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석대성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문제의 조항은 국민투표법 14조 1항입니다.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7월 이 조항이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5년 말까지 개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조항은 제때 개정되지 않았고, 2016년 부로 효력이 상실한 상태입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늘 이 조항의 개정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겁니다.

[임종석 / 대통령 비서실장]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한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국민의 권리를 회복시키고 개헌의 진정성과 의지를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임종석 실장은 그러면서 "이번 주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통령 서한을 국회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입장문 발표를 대변인이나 국민소통수석이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한 점, '대통령 서한'을 언급한 점 등을 감안하면 국민투표법 개정 촉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뜻이 실린 발표입니다.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지만 표현이나 어조, 뉘앙스는 '압박'에 가까웠습니다.

[임종석 / 대통령 비서실장]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 헌법기관의 책무를 다한다고 볼 수 없으며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일단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위헌 상태에 놓인 국민투표법의 위헌성을 해소하겠다는 게 표면적 명분입니다.

4월 안으로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못하면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6·13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렸습니다.

법리적으로 위헌 상태인 국민투표법에 따라 국민투표를 치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투표법이 개정되고, 개정된 법에 따라 재외국민 등 투표권자를 특정해 투표인 명부를 확정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선관위도 "4월 중순까지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달라"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절차 사무관리 때문에... 재외선거인들이 들어가잖아요. 근데 재외투표관리 같은 경우에는 국내보다 기간이 오래 걸리니까..."

지난달 22일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TV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을 강조한 것도,

[조국 민정수석 / 3월 22일]
"지금 10개월이 흘렀습니다. 국회에서는 조문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4월에 국민투표법을 바꾸고, 6월에 통과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임종석 실장이 오늘 다시 "국민투표법 개정 여부는 국회의 개헌 의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의 압박입니다.

한마디로 '국민투표법 위헌 상태 청산'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국회에 "개헌 의지를 보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조속히 국민투표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동조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 발 개헌 물타기"라며 "국회 내 개헌 논의가 우선"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국민투표법 개정을 통한 위헌 상태 해소'.

여야가 아무리 개헌을 둘러싸고 의견 대립을 벌이고 있지만, 거부나 저항하기 힘든 명분의 압박입니다.

여와 야, 국회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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