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법 119조 '참관인 의무해태죄'... 선관위 "해태, 처음 듣는다"
노동조합법에도 명시...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문맥으로만 어림짐작
'해태(懈怠)', '게으르다'는 뜻... 심상정 "이런 용어를 왜 아직도 쓰는가"

[법률방송]

'해태'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뜻이 떠오르시나요.

특정 과자 회사가 가장 많이 떠오를 것 같고, 조금 더 멀리 가면 호랑이를 닮은 상상 속의 '영물' 해태 정도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3일)은 '해태'입니다.

[리포트]

[조국 민정수석 / 3월 22일]
"지금 10개월이 흘렀습니다. 국회에서는 조문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4월에 국민투표법을 바꾸고, 6월에 통과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개헌 논란이 뜨겁습니다.

청와대발로 공은 던져졌고, 여야는 정부형태 등을 두고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개헌 관련 국민투표법 119조에는 '참관인의 의무해태죄' 조항이 있습니다.

"투표 참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참관을 거부하거나 해태한 때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입니다.

'해태', '해태하다', 어떤 뜻인지 대부분의 일반 시민은 당연히 그 뜻을 짐작도 못 합니다.

[윤영애(65세) 용인시 구성동]
"행복한 거 같은데 뭔가 조금 안 좋게 행복하다, 이런 거 아닐까요."

[양윤정(23세) 서울시 방이동]
"해태하다, 해태하다, 뭔가 성실한 그런..."

국민투표법상 참관인의 의무해태죄.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를 관할하는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그 뜻을 알까, 물어봤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어... 제가 이 법 조항을 해석을 해야 돼가지고... 이거 즉답을 할 수 없을 거 같아서..."

한참 후 다시 전화한 선관위 관계자는 "해태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고 털어놓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해태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나요."
"저도 좀 처음 봐가지고... 다른 법에도 있긴 한데... 네, 저도..."

'해태’는 '게으를 해(懈)'자와 '게으를 태(怠)'자를 씁니다.

'해태하다', 행동이 느리고 일하기를 싫어하는 데가 있다, 한마디로 '게을리하다'는 뜻입니다.

일반 시민이 그 뜻을 정확히 아는 게 더 신기한 법률용어 '해태'.

이 해태라는 단어는 일반 직장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도 등장합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30조 2항입니다.

해당 법령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전체 문맥으로 어렴풋이 뜻을 짐작할 뿐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
"해태... 일단 지연시킨다고 봐야 될 거 같은데요. 거부까진 아니지만 이래저래 뭐 이렇게..."

해태, 중국에서는 해태 뒤에 '귀신 귀(鬼)'자와 '어린아이 아(儿)'자를 붙여 '게으름쟁이' 정도의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우리에겐 낯설기만 한 한자입니다.

반평생을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온 심상정 의원은 이런 법률용어를 왜 계속 두고 있어야 하는지, 자신도 법을 만들고 바꾸는 국회의원이지만 답답하다는 반응입니다.

[심상정 의원 / 정의당]
"그게 해태하다는 말이 너무 어려우니까 교섭을 게을리하는 것, 그렇게 뭐 게을리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밖에 없네, 답이..."

투표법을 관할하는 중앙선관위 담당 관계자도 모르는 법률용어 '해태하다'.

누구 보고 알아들으라고 '해태'라는 단어를 계속 써야 하는지,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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