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전 마지막 전원합의체 선고
25일 이균용 후보자 부결 시 공석 장기화 가능성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대법원이 강제추행죄 판단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21일) 사촌 여동생을 강제추행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보냈습니다.

지난 2014년, 휴가를 나온 군인 A씨는 집에 온 사촌 여동생에게 강제로 자신의 몸을 만지게 하고, 양팔로 안아 침대로 쓰러뜨렸습니다.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따라가 끌어안기도 한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에서는 A씨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피해자가 항거할 수 없을 만큼의 폭행이나 협박이 요구된다'는 1983년 대법원 판례 때문이었습니다.

법원은 A씨의 물리적 힘의 행사 정도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으면 인정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단이 또 한번 뒤집혔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과 협박을 '피해자가 항거할 수 없을 만큼'으로 규정하는 기존 요건이 부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피해자의 항거 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강제추행의 보호법익이 정조가 아닌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인 점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는 '피해자 다움'을 강요해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해당 기준을 삭제하고, '신체에 불법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줄 수 있을 정도'면 강제추행죄가 인정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강제추행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앞으로의 강제추행 인정 범위도 넓어지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오는 24일 퇴임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의 마지막 전원합의체 선고였습니다.

한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오는 25일로 연기된 가운데,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대법원장 자리는 공석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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