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동물 안락사' 박소연 전 케어 대표, 악플러 집단 고소
7년 간 후원한 A씨에게도 "합의금 200만원 지급하라"
법원 "피고의 댓글, 인신공격이나 인격권 침해 아냐"
박지영 변호사 "댓글 소송, 현재진행형... 합의금은 낮아져"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구조동물 대규모 불법 안락사 사건 이후 자신에게 악의적 댓글을 단 이들 수천명을 상대로 집단 고소를 해 '합의금 장사' 논란이 빚어진 박소연 전 케어 대표.

자신에게 7년 간 후원했던 A씨에게도 200만원의 합의금을 내라는 소송을 냈는데, '1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최근 뒤집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제1민사부(이성철 부장판사)는 "A씨는 의견을 표명한 것일 뿐 인신공격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난달 23일 판결했습니다. 박 전 대표 측이 2주 안에 항소장을 내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구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 전 대표가 수십억원 대 후원금을 받고도 구조한 동물 수백 마리를 안락사해온 사실이 지난 2019년 1월 내부 제보자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동물의 안락사(동물의 인도적 처리)는 해당 동물에게 질병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 수의사가 시행해야 합니다.

같은 달 박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선의 보호활동을 했을 뿐이다. 어떠한 비난도 받아들이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인정했지만, 악플러 수천명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7년 동안 동물권단체 케어에 후원금을 낸 A씨는 박 전 대표의 횡령행위 의혹과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에 대한 기사에 '가증스런 X'이라는 댓글을 단 혐의로 피소됐습니다.

박 전 대표 측은 A씨를 상대로 "'가증스런 X'이라는 부분이 심하게 모욕하는 표현이므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박 전 대표에게 위자료로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7년 넘게 박 전 대표에게 후원금을 보낸 후원자로서 배신감에 위와 같은 댓글을 작성한 것이 박 전 대표를 공연히 모욕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A씨 제공
A씨 제공

재판부는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때에 그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해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며 "피고의 댓글이 원고에 대한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은 원고의 횡령내용 의혹 및 동물보호 단체 대표를 표방하면서도 사실은 집단적으로 동물에 대한 안락사 내지 학살 행위를 자행했다는 원고에 대한 고발 취지의 방송 예고편에 해당한다"며 "'가증스럽다'의 사전적 의미는 '몹시 괘씸하고 얄밉다'라는 것으로서 원고의 행위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기사에 나오지 않은 추가 사실이나 주장을 보태지 않고 단순히 '가증스러운 X'라고 댓글을 달았다"며 "피고는 본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일 뿐, 위 댓글을 작성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인신공격을 했다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1심 판결 중 A씨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박 전 대표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소송 비용은 박 전 대표가 부담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A씨는 법률방송을 통해 "1심에서 10만원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는 '그 돈을 내고 끝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박소연을 믿고 응원했던 긴 시간들, 구조돼서 기뻐할 틈도 없이 다시 죽임을 당하며 말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던 동물들, 박소연의 행동에 상처 받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항소를 결정했다"고 표명했습니다.

이어 "재판부에서 저의 주장을 많이 인용하고 인정해주셔서 경종을 울릴만한 판결을 해줬다"며 "판결문 보는 순간 울컥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권은정 고소남용피해자연대 운영자는 "10만원을 내라는 판결에 항소해 박 전 대표 측이 패소한 사례는 최초"라고 의의를 밝혔습니다.

A씨를 비롯해 연대를 대리하는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A씨가 오랜 기간 후원을 했다는 점이 반영된 것 같다"며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피고들 대다수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후원의 기간 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기각 판결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댓글 소송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박 변호사는 "요즘은 50만원 정도로 제안을 하고 있다. 다만 합의금으로 제시하는 게 많이 낮아졌다"며 "예전에는 합의금이 청구액에서 이자만 뺀 정도였고 실제 전화를 해도 100만원 밑으로 합의금을 부르는 경우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03~2020년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였던 박소연 전 대표는 현재 동물구호팀 활동가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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