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를 모르는 자, 사람이 아니다"... 전두환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염치에 대하여
"염치를 모르는 자, 사람이 아니다"... 전두환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염치에 대하여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3.11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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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고 조비오 신부에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피고인 광주 법정 재판 출석
'헬기 사격' 질문에 눈 흘기며 "이거 왜 이래"
맹자 "염치를 모르니 또한 못하는 짓이 없다"
칼 포퍼 "무제한적인 관용은 관용의 파멸 초래"

[법률방송뉴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가 오늘 광주지법에서 열린 사실상 첫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오늘(11일) ‘앵커 브리핑’은 ‘염치’ 얘기해 보겠습니다.

전두환씨는 자신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독설을 퍼부은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입니다. “가면을 쓴 사탄”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파렴치(破廉恥), 염치가 없다, 염치(廉恥)의 염(廉)은 ‘살피다’라는 뜻이고 치(恥)는 부끄러움이라는 뜻입니다. 염치, 부끄러움을 살펴 알다. 파렴치, 부끄러움을 모른다. 수치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자.

사람과 금수, 인간과 짐승이 다른 것은 부끄러움을 아느냐 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성현들은 수치를 아는 것에서 인간의 도리가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본디 선하다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을 설파한 맹자나 사람은 본디 악한 존재라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순자 모두 사람의 도리로서 이 염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인유치 즉능유소불위(人有恥 則能有所不爲) 사람이 부끄러움이 있으면 능히 하지 않는 것이 있게 된다.

부지염치 역하소부지(不知廉恥 亦何所不至) 염치를 모르니 또한 못하는 짓이 없다.

인불가이무치(人不可以無恥) 사람이라면 반드시 수치심이 없어서는 안 된다.

『맹자』 ‘진심편’(盡心篇)〉에 나오는 구절로 ‘염치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는 게 맹자의 말입니다.

『순자』 ‘수신편’(脩身篇)에도 염치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무염치이기호음식(無廉恥而嗜乎飮食) 즉가위악소자의(則可謂惡少者矣) 수함형륙가야(雖陷刑戮可也) 염치는 없으면서 음식만 탐하는 자는 아주 악질적인 소인배라 이를 만 하다. 이런 자들은 도륙의 형벌로 죽이는 것도 가하다는게 순자의 말입니다.

염치 좀 없는 게 뭐 ‘죽을 죄’라고 과격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본디 악한 존재인 사람이 진정으로 사람이 되려면 그만큼 염치를 살펴 아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맹자가 염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잃어버린 선한 본성을 다시 회복하는 것. 맹자와 순자에게 염치란 이렇게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전두환씨가 법원에 들어가는 영상을 보니 “혐의를 인정하냐”, “발포 명령 지금도 부인하냐”는 질문에 “이거 왜 이래” 짜증을 내고 들어갔습니다.

사회주의 같은 전체주의를 열린 사회의 적으로 간주한 자유주의 정치철학자 칼 포퍼는 자유주의자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그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관용의 역설을 설파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관용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관용을 베푼다면 관용적인 사람들은 파멸할 것이고 관용도 그들처럼 소멸할 것이다. 무제한적인 관용은 관용의 상실을 초래할 것이다”는 게 칼 포퍼의 말입니다.//

관용과 포용, 이른바 똘레랑스를 보편적 가치로 중시하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가 역사부정처벌법이나 홀로코스트법을 두고 역사 왜곡을 처벌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평생 낮은 곳에서 임하다 죽어선 그 몸마저 다 주고 떠난 고 조비오 신부와 군사반란의 수괴 전두환. 그런 전씨의 고 조비오 신부를 향한 ‘파렴치’ 발언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사반란과 5·18 유혈진압의 수괴로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 감형, 대법원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은 전두환씨를 사면하지 않고 죗값을 계속 받게 했더라면 5·18은 북한군 특수부대의 폭동이다 식의 망언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2천년 전 순자 식으로 염치없는 자를 도륙을 하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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