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참고서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망갔다 잡힌 노비로 묘사한 사진 게재
노 전 대통령 유족,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 경찰 '혐의없음' 의견 검찰 송치
사자명예훼손죄는 있지만 사자모욕죄는 없어... '사실 적시' 아니어서 처벌 불가능

[법률방송뉴스] ‘전 국민의 법률 파트너’를 지향하는 저희 법률방송에선 시청자들이 딱딱한 법조 뉴스를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오늘(30일)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단어를 키워드로, 관련 법적인 쟁점 등을 짚어드리는 ‘검색어로 본 법조뉴스’ 코너를 시작합니다.

‘검색어로 본 법조뉴스’, 첫 검색어 키워드는 출판사인 ‘교학사’입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 포털 사이트엔 오전부터 하루 종일 도서출판 ‘교학사’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2위에서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관련해서 ‘노무현’ ‘교학사 비하’ ‘교학사 노비’ ‘일베’ 등의 연관 검색어가 함께 뜹니다. 

교학사가 하루 종일 이슈가 된 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망갔다 잡힌 노비로 묘사한 사진을 참고서에 실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에서 양진오 교학사 대표이사 등 피고소인들을 경찰이 무혐의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문제의 사진부터 찾아봤습니다.

교학사가 지난해 펴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최신기본서'에 실린 사진인데, 드라마 ‘추노’에 나온 출연자 얼굴에 노 전 대통령의 찡그리고 있는 얼굴을 합성했습니다.

사진 설명엔 '드라마 추노'라며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해당 사진은 극우 일탈 커뮤니티 ‘일베’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조롱하려고 합성한 사진인데 교학사가 아무런 검증 없이 문제의 사진을 중고생들이 보는 참고서에 그대로 실은 겁니다.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교학사 측은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수험서를 전량 수거해 폐기한다고 밝혔지만 유족들의 분노를 달래기엔 부족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지난 4월 교학사 관계자들을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교학사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도 별도로 제기했습니다.

형사고소 사건은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맡았는데 마포경찰서는 오늘 ‘혐의 없음’ 결론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이슈가 된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해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는데 이게 왜 죄가 되지 않느냐”는 성토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우리 형법에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있어도 ‘사자 모욕죄’는 없어서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일단 사자 모욕죄 처벌은 애초 불가능합니다.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명예훼손은 공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을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대상이 살아있는 사람이든 사망한 사람이든 같습니다.

문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도망갔다가 잡힌 노비로 묘사한 ‘사진’을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 적시로 볼 수 있냐는 점입니다.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고 법조계 의견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비로 묘사했는데 그게 왜 허위의 사실 적시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당 사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비였다”는 허위사실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이 노비 같은 놈” 정도의 비하와 조롱의 표현이어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대법원도 명예훼손에 있어 ‘사실’에 대해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국 해당 사진은 글로 치면 “노무현은 노비였다”는 진술이 아니라 “이 노비 같은 놈” 정도의 비하와 조롱에 해당해서 모욕적 표현이지만 사실 적시가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안 된다는 것이 경찰 수사 결론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 입장에서야 심정적으론 “저런 것을 법적으로 처벌 못하면 뭘 처벌한다는 것이냐”고 반발할 순 있겠지만, ‘사자 모욕죄’는 형법에 없으니 법적으로는 처벌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경찰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경찰 입장에선 좀 억울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검색어로 본 법조뉴스’, 신새아였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