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 무용지물... 모텔에 금 가고 손님 끊겨 망해”
항소심 “4천700만원 배상... 방음·방진 시설 보강”
법률구조공단 "공익사업도 도 넘는 피해는 안 돼"

[법률방송뉴스] 노후 대비용으로 퇴직 때까지 모은 전 재산을 투자해 모텔을 경매 낙찰받아 숙박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숙박업을 시작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에 갑자기 하루에도 수 십 차례 기차들이 오가기 시작하며 소음과 진동으로 숙박업을 계속할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몰렸습니다. 

‘법률구조공단 사용 설명서’, 오늘(21일)은 철도 소음과 진동 피해 구제 사례입니다.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윤모씨는 퇴직금 등을 털어 지난 2002년 10월 전남 여수에 위치한 모텔을 낙찰받았습니다. 

그런데 모텔을 낙찰받은 2년 뒤인 2004년 10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순천-여수 간 철도 개량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11월쯤 윤씨의 모텔 앞에 있던 철도 개량사업이 완료됐고 그때부터 윤씨의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모텔 6미터 앞에 위치한 철로를 통해 하루에도 70~80회 가량 기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가기 시작한 겁니다.

방음벽이 설치돼 있었긴 하지만 소음과 진동은 윤씨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급기야 모텔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손님도 뚝 끊겼습니다.  

윤씨는 결국 모텔 장사를 접고 철도공단을 상대로 수리비와 영업이익 감소분 등 모두 7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애써 구한 변호사들은 철로가 놓여있는 걸 아는 상태에서 모텔을 구입한 만큼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모두 사임했고 윤씨는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기호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그런데 이게 아무리 봐도 감정도 해야 되고 내용 자체가 아주 복잡하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저희 법률구조공단에 이 사건을 이제 의뢰를 하시게 됐고 저희가 도움을...”

공단이 소음과 진동을 측정해보니 진동은 교통소음·진동관리기준 이내였고 주간소음도 기준 이하, 다만 야간소음만 일부 시간대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공단은 숙박업 특성상 지속적인 야간소음은 모텔 운영에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습니다.

공단은 아울러 진동이 기준치 이내지만 지속적인 열차 진동으로 인해 모텔 건물의 균열과 누수, 백화 등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기호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이곳 장소가 모텔이고 숙박업소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주택하고도 달리 매우 정숙한 게 요구가 되고 실제로 운행된 이후에 손님이 급감하면서 거의 폐업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음방지시설하고 진동방지, 진동 저감 시설이다 이렇게 주장을...”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조정을 통해 위자료 1천만원 포함 4천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하고, 소음 및 진동 차단을 위한 방음 방진 시설을 보강 설치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기차 운행과 별개로 모텔 영업을 방해받지 않고 계속 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철도공단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정입니다.

[이기호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그런데 이 공익사업이라고 해가지고 개인의 재산권을 수인하기 힘든 정도로 아주 심각하게 침해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 이제 그런 생각이 좀 들고...”

법률구조공단은 국가나 지자체의 시책에 협조해야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나 희생을 무조건 감내할 필요는 없다며 정부 사업이라도 물적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면 공단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했습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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