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투데이 출범' 1주년, 법률방송 특집기획 '판결로 읽는 헌법'
“헌법, 법전 속 단순 ‘조문’ 아닌 우리 삶과 직결”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법률방송 'LAW 투데이 출범' 1주년을 맞아 저희 법률방송이 특집기획 ‘판결로 읽는 헌법’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헌법이, 나와는 직접적으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헌법이 내 삶과 내 생활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우리 사회와 세상을 어떻게 규율하고 유지하는지, 또는 변화시키는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구체적인 판결이나 결정을 가지고 헌법을 다시 들여다보겠습니다.

‘판결로 읽는 헌법’ 첫 번째로 준비한 헌법 조항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입니다.

헌법 제1조 제1항을 아는지 시민들에게 물어 봤습니다.

[시민]
(헌법 1조가 어떻게 되시는지 알고 계신지)

“아, 그거는 잘 모르겠어요”

[허다호 / 서울시 강남구]
“모든 그거는 국민에서부터 뭐 한다. 그거... 그거로 대충 알고 있는데... 네,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그쪽 전공자가 아니라서...”  

[김정연 / 서울시 광진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런 내용인데 듣고 어떠신지?)

“들어 봤네요. 어... 좋은 말인 거 같은데...”

뭔가 어디선가 들어는 본 거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는 헌법, 뭔가 나와 관련이 있기도 한 것 같은데 막상 멀게만 느껴지는 헌법.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어떻게 보면 무슨 선언이나 규범 같기도 한 헌법 제1조 1항.

헌법은 그러나 단순한 ‘최고법’이 아니라 다른 모든 법이 그렇듯 우리 삶이나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나의 법’입니다.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인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015년 12월 24일, 강원도 춘천102보충대로 2016년 1월 12일까지 입소하라는 입영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A씨는 그러나 입영 기일 사흘이 지나도록 입소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

일단 병역법 시행령은 입영기일 30일 전까지 입영 통지서를 송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A씨는 2016년 1월 12일까지 입소하라는 통지서를 2015년 12월 24일에 받았으니까 ‘입영기일 30일 전’ 규정을 다 못 채우고 훨씬 일찍 입영 통지서를 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병역법 시행령은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해서 각 지방 병무청장에게 ‘30일 전’ 규정을 따르지 않고 별도로 입소할 수 있도록 하는 재량권을 주고 있습니다.  

A씨는 이 조항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기소된 겁니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 판단이 나왔는데 법원은 A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헌법 제1조 제1항을 무죄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A씨에 대한 부산지방법원의 1심 판결문입니다.

‘참조조문’ 맨 앞에 헌법 제1조 제 1항이 눈에 띕니다.

판결 이유, 재판부는 먼저 ‘민주공화국의 의미’에 대한 설명으로 본 사건 판단을 시작합니다.

“민주국이란 주권자인 국민이 동의한 법에 의해 국민의 행동과 삶이 규율되는 정치공동체를 말한다”

“공화국이란 구성원들 중 어느 누구도 특정인의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고 공공선에 기반을 둔 법에 의해 구성원들의 행동과 삶이 규율되는 정치공동체를 말한다”

즉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은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공화국에서 사법부의 존재근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사법부는 자의적인 권력을 적극 통제함으로써 공화국의 구성원 모두가 공권력이나 타인의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이런 인식 바탕위에 재판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합니다.

"행정입법에서 재량행위를 규정하면서 재량권 행사기준을 전혀 규정하지 않거나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청에 자의적인 권력을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자신의 행동을 결정짓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행정입법은 헌법에서 규정한 공화국의 원리 및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즉,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해선 30일 이내라도 지방병무청장이 언제라도 입영시킬 수 있도록 한 해당 병역법 조항은 ‘민주공화국’의 원리에 반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조항이고, 따라서 A씨는 무죄라는 겁니다.

자식이나 남자친구, 애인. 대한민국에서 군대는, ‘병역의 의무’는 나나 내 가족, 나와 가까운 사람과 어떻게든 연결되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 병역의 의무마저 언뜻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 1항과 이렇게 이어집니다.

별도 입영 대상자도 최소 30일 전에는 입영 통지서를 보내라는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판결로 읽는 헌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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