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단체 "중개 수수료 인하, 부동산 시장 선진화 기대" 환영
공인중개사협회 "고소득 변호사가 서민층 중개사 위협" 강력 반발

변호사도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로 기소된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45·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가 지난 7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것.

이로써 지난 33년간 법의 영역 안에서 보호받던 부동산 중개업의 벽이 사실상 무너지게 됐다. 향후 상급심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간의 직역 다툼이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중개사협회는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지난 7일 열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이날 재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방청석이 꽉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부(부장판사 나상용)는 이날 재판에서 공 변호사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심리를 통해 배심원 4대 3의 평결을 거쳐 무죄를 선고했다.

공 변호사 측은 법원의 무죄 판결 직후 "부동산 중개서비스 개혁과 국민 선택권 확보를 염원하는 소비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며 "앞으로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수수료와 전문적인 법률 자문으로 소비자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번 판결로 국민들은 법률 전문 지식이 있는 변호사를 통해 값싸게 부동산을 매매, 임대차할 수 있고 변호사는 부동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국민들이 변호사로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원스톱으로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돼 부동산 시장이 선진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법조인협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법률 자문은 본래 변호사의 고유 업무인데 이것이 부동산 거래와 관련됐다고 해서 법률 자문을 할 수 없다면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근거없이 박탈하는 일이 된다"며 "향후 부동산 거래에서 변호사의 법률 자문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변호사들의 부동산 중개업이 가능해지면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낮아지고, 부동산 거래 당시나 추후에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발생을 막아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일반 부동산중개업소는 거래 가격의 0.4~0.9%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0월 말 기준, 5억5천930만원) 수준의 매매거래가 진행되는 경우를 가정하면 중개사는 매도자와 매수자로부터 각각 최대 224만원(0.4%)씩 총 448만원을 중개보수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 변호사의 트러스트부동산은 매매 거래금액이 2억5천만원(전·월세는 3억원) 미만이면 45만원, 그 이상이면 최대 99만원을 받는다. 부동산 거래금액이 2억5천만원 이상일 경우 일괄적으로 99만원을 받기 때문에 총 198만원으로 250만원이 저렴하다. 거래 금액에 따라 요율이 높아지는 기존 공인중개업계 수수료보다 훨씬 싼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 공인중개사협회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고소득 전문직인 변호사가 서민층의 자격증인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전국 36만 공인중개사와 100만 중개가족이 모두 참여해 총궐기하겠다"며 집단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황기현 공인중개사협회장은 "변호사는 변호사 고유 업무가 있고 공인중개사는 중개사 고유 업무가 있는데 무슨 궤변으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알 수 없다"며 "중개사 자격 없이도 중개행위가 가능하다면 누가 중개사 자격시험을 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중개 전문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에 이어 변호사들까지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뛰어들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이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위주였던 부동산중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