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있다.(사진 =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있다.(사진 =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정부가 오는 29일을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으로 제시하고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경찰청은 어제(26일) 실무협의회를 열어 공동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신속·엄정 수사·기소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29일 이후 미복귀자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복지부가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이 피고발인에게 즉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정식 수사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의료법에선 업무개시 명령을 받은 의료인이 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금고 이상 형을 선고 받는 의사는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법적으로 근거가 없고 효력이 없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으로 문제가 될 법적 쟁점들은 무엇일까요?

◆의료법 위반 ‘정당한 사유’ 여부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의료법 위반이 되려면 법률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의료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기출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의사 증원 반대라는 공통적인 목적과 전국적인 단체행동 등을 고려할 때 ‘동맹휴업’이나 ‘집단사직’이 진료거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또다른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란 본인이 아팠다거나 중차대한 일신상 사유가 있는 등 상식선에서 납득 가능한 수준이면 된다”며 “자유 의지로 사직한 것을 진료거부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 가능 여부

정당한 사유의 사직이 아니라면 이후 진료지연, 부실진료 등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피해자는 의사와 병원을 고소하고, 검찰은 집단 사직과 의료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를 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유죄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실제 형사처벌보다는 의사들을 압박할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손해배상책임 여부 

민사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원은 의사들의 파업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이 생긴 환자와 가족에게 병원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2005년 대구지법은 의료파업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언어장애와 간질 등 후유증이 생긴 A군과 가족이 경북 포항시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군과 가족에게 5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병원 측은 A군이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구체적인 검사를 통해 응급치료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수술시기를 놓치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집단행동을 주도한 의사들의 경우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술 등에서 보조 역할인 전공의가 집단으로 사직해도 병원에는 전문의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공의 부재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행정처분 현실화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전공의 선생님들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정부가 23일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리면서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교수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현 상황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근무지 무단이탈’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닙니다. 국내 의사 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취업하려는 경우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남아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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