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제공)

[법률방송뉴스]

한미그룹-OCI 통합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과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등 '형제 연합' 측이 어제(21일) 첫 법적 공방을 펼쳤습니다.

양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유상 신주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송 회장 측은 이사회 의사결정에 의거한 적법한 거래임을 주장한 반면 형제 연합 측은 주주권리 침해와 경영권을 장악하는 거래라고 맞섰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어제(21일) 형제 연합이 송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OCI홀딩스 대상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를 진행했습니다. 심리는 오후 4시에 시작해 약 2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월 OCI와의 통합안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단순하게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총 세 단계로 이뤄지는 통합안은 ▲송 회장과 가현문화재단의 구주매각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보유 주식 현물 출자를 통한 OCI홀딩스 주식 교환 ▲OCI홀딩스 대상 2,400억원 규모 신주발행 등 입니다. 오는 6월30일 모든 거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27.0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됩니다.

형제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2,4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미사이언스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처한 기업으로 송 회장 측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라는 입장입니다. 형제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4.6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OCI가 적임자" vs "다른 방법 있었다"

이날 심리에서 형제 연합 측 대리인은 "송 회장 측과 OCI홀딩스 간 거래는 개인들의 거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신주 발행이 이뤄지면 지배구조의 변화가 이뤄진다"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지배구조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로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송 회장 측이 주장하는 한미사이언스의 자금 조달 긴급성은 주력 회사인 한미약품을 통해서 가능하며 나아가 사채 발행과 차입,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이 있었다"며 "한미사이언스의 의사결정 구조가 송 회장이 결정하고 나머지 사외이사들이 따르는 구조인 만큼 장·차남에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진행된 신주발행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송 회장 측 대리인은 신주발행의 목적을 두고 회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형제 연합 측이 신주 발행 필요성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한미사이언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억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1년 내 갚아야 할 빚만 1,803억원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자금 조달의 필요성도 있지만 이번 신주 발행의 목적은 한미그룹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송 회장 측 대리인 측의 주장입니다.

송 회장 측 대리인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R&D와 글로벌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디지털 헬스케어 등 세가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인적·물적 자원의 충족이 선결 조건"이라며 "충실한 자본을 가진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의 경우 2020년 기준 매출 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21% 수준이었으나 줄곧 하락해 2022년 13% 수준까지 줄었다"며 "그사이 R&D 투자 우위에 있었던 경쟁사들은 한미그룹과 격차를 벌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영권 분쟁 상황 아니다" vs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

양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이 실제했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도 따졌습니다.

형제 연합 측 대리인은 "임종윤 사장은 2010년 한미사이언스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작업을 해왔다"며 "그러다 부친인 임성기 회장이 경영권에 대한 정립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사망했고 송 회장이 전면에 나서 대표이사로 나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만큼 모친의 뜻에 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임종윤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송 회장의 뜻에 따랐고 더 연임할 수 있었음에도 자리에서 내려왔다"며 "그 사이 경영에서 배제됐고 가족 간 여러 이견과 갈등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너일가 간 지분이 비슷했고 갈등 구도가 이어진 만큼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송 회장 측 대리인은 형제 연합 측의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보다 개인회사 경영에 더 관심이 컸다고 반박했습니다.

송 회장 측 대리인은 "신주 발행 공시 전까지 임종윤 사장은 경영권분쟁이 없다고 밝혀 왔다"며 "2022년 회사의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올때도 스스로 판단에 따라 내려왔고 송영숙 대표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안은 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종윤 사장은 2021년 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현물 출자방식으로 처분해 DX&VX의 최대주주가 되는 등 개인회사 업무에 치중해 왔다"며 "오너일가 사이 특별한 갈등이 없었던 점을 보여주는 예는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 사장에게 266억원이라는 거액을 무담보로 대여해 주고 현재까지 채무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제 연합 측은 재판부에 3월 말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 전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임종윤 사장이 최근 주주제안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는 재판부의 빠른 판단이 필요해서입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 2차 심문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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