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법률방송뉴스]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산업 관련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공방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방 키워드는 'RE100'인데요.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입니다.

이와 관련해 야권은 원전 전기로 만든 반도체는 주요 기업체에 납품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권은 허위 선동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野 "반도체 문 닫게?... 尹 경제관념, 천박하고 경박"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23일) "RE100에 따라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이 재생 에너지로 만들어져야 애플·구글·BMW 등 주요 수요자에게 반도체를 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원전으로 반도체 공장을 돌리겠다는 것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며 "기업에는 불안을 주고, 국제사회에는 웃음거리가 된 것 같다. 천박하고 경박한 경제관념"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또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을 도리어 아예 문 닫기로 작정하지 않은가 싶다"며 "귀를 의심하게 하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민생 토론회에서 '원전 산업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말대로 수백조원을 투자해 짓는 반도체 공장에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해 만드는 반도체'는 해외에 팔 수 없다"며 "삼성전자 등 기업의 에너지 전환이 늦어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거란 경고음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원전으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반도체 사업은 안중에도 없는 원전 사업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스스로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최대 31조 5,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만 TSMC보다 10년 늦은 계획"이라고 짚었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1차적으로 622조원, 향후 5년 동안 158조원을 투자한다는데, 이것도 해당 기업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정부가 자기 것인양 발표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소세 부담→원가경쟁력 하락... "野, RE100 잘못 이해"

국민의힘은 'RE100에 따른 재생 에너지로 만든 반도체여야 주조 수요자에게 팔 수 있다'는 홍 원내대표 주장에 "황당하다"고 말합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오늘(24일) 논평을 통해 "반도체 수요자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공급업체에 RE100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별 제반 사항 등을 고려해야지, 국가 전체의 전력공급 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도체 상품을 유럽 등에 수출하려면 탄소 소비량을 계산하게 돼 있는데, 어느 정도 수준을 넘으면 탄소세를 물게 되고, 이는 곧 원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신 부대변인 의견입니다.

신 부대변인은 "현재 상당 부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탈원전으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면 기업의 원가경쟁력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그렇기에 국내 RE100 기업은 고객사 요구나 사용 여건 등을 고려해 재생 에너지 100% 목표 시점을 2050년 이전에 가능하게끔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첨단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산업과 RE100의 취지에 대한 이해 없이 여전히 해괴한 주장으로 탈원전을 주장하고, 국민의 삶과 우리 경제와 아주 밀접한 에너지 정책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민주당의 모습이 한탄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민주당 정권의 이념에 함몰된 졸속 탈원전은 국민 혼란을 가중시켰고 경제를 망가뜨렸다"며 "하지만 반성 없이, 잘못 이해한 RE100으로 또다시 허위 선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추세는 RE100? 원전 포함 무탄소 에너지 'CF100'

원전 전기로 만든 반도체는 애플에 납품할 수 없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봤습니다.

애플이 공개한 '환경발전 보고서 2023' 주석을 보면, 애플이 규정한 청정 전기 범위에는 '태양광'이나 '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과 '수소발전'도 포함돼 있습니다.

세계 주요 기업은 정부 규제와는 별도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등 부품 협력사에게도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명시하도록 합니다.

기준 이상의 탄소를 배출한 기업이 만든 제품은 공급망에서 배제시키기도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가 인용한 'RE100'이 재생 에너지 100%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기업이 RE100 원칙을 100% 수용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단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하는데, 최근에는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는 무탄소 에너지 100%를 의미하는 'CF100'이 탄소중립 정책 추세입니다.

유럽 주요국은 재생 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인식 하에 원전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해 말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원자력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 더 늘리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선언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날씨와 계절 등 외부 환경이 바뀔 때마다 전력 공급량이 바뀌는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입니다.

(자료=애플 환경발전 보고서 2023)
(자료=애플 환경발전 보고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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