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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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겨질 뻔했던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공범에 대해 대법원이 살인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오늘(12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 기일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 했습니다.

A씨는 지난 1999년 제주 지역 조직폭력단체 ‘유탁파’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누군가로부터 현금 3000만원과 함께 ‘손 좀 봐 달라’는 지시를 받아 변호사 이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A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B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해 사건 발생 당일 새벽 제주의 한 도로에서 준비한 흉기로 이씨의 복부와 가슴 등을 찔러 살해했습니다.

이후 A씨는 본인의 범행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세상에 알렸습니다. 방송에서 A씨는 과거 제주 지역 조폭으로 활동하며 이 변호사를 살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송이 나간 2020년 6월 이후 해당 사건의 재수사가 이뤄지자 A씨는 취재진을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에 나간 인터뷰 때문에 본인이 경찰의 재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입니다.

A씨는 취재진에 생명과 신체에 해악을 가할 것처럼 협박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A씨는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 하다가 2021년 6월 현지 당국에 붙잡혔습니다.

1심은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취재진 협박 혐의는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증거는 대부분 가능성에 관한 추론에만 의존한 것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살인 범행 고의 등을 판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2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A씨가 제3자로부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해 달라는 사주를 받은 다음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다른 조직원과 공모해 피해자를 칼로 수회 찔러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범행 실행에 앞서 2개월에 걸친 피해자 미행과 뒷조사를 통한 정보를 전달받았고 이를 토대로 인적이 없는 장소에서 피해자가 귀가하는 때를 노려 범행을 실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살인 혐의 증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2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은 "A씨 제보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는지에 관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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