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창립기념 심포지엄, “서울, 아시아 정의의 수도로”
“국제화 리드하는 지식인, 법조인 양성에 힘써 달라”

[법률방송뉴스] (재)송상현국제정의평화인권재단(이사장 김용덕)이 지난 11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재단의 설립 취지 및 경과, 추진 사업들을 공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재단 측은 “정의, 평화, 인권에 대한 미래지향적 가치정립과 학술연구 사업, 법의 지배와 지속가능한 평화를 건설하고 포용적 사회제도를 구축하는 사업, 개인의 존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는 문화 발전 사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인류문명 모두의 공존과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2002년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초대 재판관으로 당선된 데 이어 2009년에는 소장으로 선임, 6년 간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을 지냈습니다. 이날 참석해 축사를 전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표현에 따르면 송 전 소장은 “법조인이자 교육자, 국제외교관이자 정의‧평화‧인권 운동의 옹호자”입니다.

재단 소개를 맡은 홍익대 이중기 교수는 “ICC 소장으로서 새롭게 천명하셨던 ‘응보적 정의를 넘어선 치유적 정의, 회복적 정의’라는 실천적 법철학을 국제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이 더없이 중요한 때”라며, “한국의 법조와 국회, 정부가 송상현 국제재단을 이용하여 국제기구와 국제사회에서 크고 창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나아가 서울을 ‘아시아의 정의의 수도’로 만들고, 아시아인권재판소 서울 유치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고 밝혔습니다.

재단은 김용덕 전 대법관을 이사장으로 하여,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조은희 국회의원(국민의힘), 조태열 전 외교부차관, 황철규 전 국제검사협회장 등 9인의 이사와 2인의 감사로 구성됐습니다. 

이날 송상현 전 소장이 기조강연을 한 데 이어 김진 경희대 교수(전 검사)가 “전환기 정의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역할- 치유와 회복을 통한 정의, 평화 인권의 길”을,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정의평화인권과 국제조세- 국내와 법분야를 넘어”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송상현 전 소장은 강연에 앞서 “(재단은) 뜻있는 제자들이 제 이름의 사용에 대한 허가를 얻은 후 독자적으로 탁월한 아이디어와 출중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명칭이 나타내는 가치를 좀더 강력하게 구현하고자 설립한 재단”이라고 소개하며, “한국의 지식인들이 세계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화를 리드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본 재단이 그러한 지식인이나 법조인을 양성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 국제형사재판소, “인류 초유의 법률적 실험이자 가장 중요한 사법기구”

송 전 소장은 “개화기 일본의 번역을 그대로 쓰고 있는 정의(正義)라는 용어는 법에 따름을 뜻하는 정(正)과 그에 의해 가치가 구현되는 의(義)로 구성되어 있다”며, “정(正)은 의(義)라는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고 의(義)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의의 서양 어원인 Justus는 공정한 법의 집행이라는 뜻”이라며 “국제형사재판소가 탄생할 즈음의 정의는 형사적 정의(criminal justice)이고, 이것이 없으면 지속가능한 평화(sustainable peace)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제분쟁현장에서 형사정의 시스템의 선제적 구축이 없이는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과거 국제형사재판소가 국제개발기구의 도움없이 여러 나라 사법 요원의 훈련을 담당한 때에, 오랜 전쟁이나 독재를 겪으면서 이들이 민주주의나 법치 절차를 잊고, 심지어는 원고와 피고를 구별할 줄도 몰랐던 사실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송 전 소장은 국제형사재판소가 피해자신탁기금(Trust Fund for Victims) 운영을 통해 관할 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보호하고 보상하며, 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여 스스로 의미있는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돕는 점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보통 국내법원이 응보적 정의 구현, 그러니까 소추된 자를 처벌하고 형사절차를 종결짓는 기능을 함에 그치는 데 반하여 국제형사재판소는 선제적으로 피해자를 위한 치유적 정의(reparative justice)와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를 실현하는, 인류 초유의 법률적 실험이자 인류의 가장 중요한 사법 기구”라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국제형사재판소가 추구하는 정의, 평화,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선제적으로 회복해주는 인권의 현대적 의미는 여기에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국제형사재판소는 실질적으로 인권 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 시스템은 단순히 하나의 국제형사사법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보충성을 이유로 재판소가 의존하는 전 세계 회원국의 국내 사법시스템과 일체가 되어 커다란 세계적 형사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국제연합(UN)과 같은 국제기구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미주기구(OAS), 영연방(The Commonwealth)과 같은 지역기구,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 국제적 행동을 위한 의원 연대(Parliamentarians for Global Action)와 같은 세계의 수많은 NGO 등이 외곽에서 밀접 불가분하게 국제형사재판소와 협조하며 한 덩어리로 연결되어 세계적으로 일체화된 형사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송 전 소장은 “국제형사재판소를 정점으로 한 이 시스템의 성패는 보충성원리에 따른 일사불란한 형사사법운영, 회원국의 절대적 협조 그리고 꾸준히 로마규정을 비준하여 회원국 수가 증가하도록 노력함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정부와 국민의 올바른 인식과 적극적 협조가 있다면 우리도 국제형사재판소를 통한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권을 증진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이로써 우리 정부의 국정목표인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한국법조인들이 국제재판소를 통해 보인 공정하고 효율적이고 세심한 재판능력, 탁월한 과학수사능력, 한국감사원의 국제형사재판소 회계감사를 통한 우수한 감사능력, 그리고 뛰어난 사법행정 내지 관리능력 등은 전세계의 찬탄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최고로 인정받은 한국의 업적과 능력을 통해 신장된 국력과 국격을 바탕으로 한국이 국제공동체의 자유, 평화 인권을 제고하기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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