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인정할만한 고의나 과실 없어... 인과관계도 입증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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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코로나19에 감염된 가족이 아파트 관리소장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됐다며 관리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천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울산지법 민사17단독 강경숙 부장판사는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아파트 동대표 A씨 가족 5명이 아파트 관리소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5천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울산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인 B씨는 지난해 8월 15일 서울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B씨는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코로나19 검사 권유 문자에도 검사를 받지 않았고, 아파트 노인정과 동대표 회의 등에서 2차례 A씨를 만났다.

이런 가운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6일 뒤 관리소장 B씨는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A씨는 물론 A씨 가족 4명도 잇따라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에 A씨 가족들은 광화문 집회 참석 사실을 숨긴 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고 대면접촉한 B씨의 불법행위로 코로나19에 감염되게 됐다며 1인당 500만원~1천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가족은 "B씨가 기침과 콧물 등 증상이 있었는데도 대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B씨가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 등을 들어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검찰의 불기소이유서에 따르면 구체적인 감염 경로나 증상을 확인할 만한 증거가 없고, B씨가 원고 A씨와 대면접촉을 할 당시 코로나를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에 "A씨 가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불법행위를 인정할만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정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기세)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고의 또는 과실로 상대방에게 가해행위를 하고, 그 가해행위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지혜 변호사는 그러면서 "법원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점 △원고들은 대면접촉 시 이미 콧물과 기침 등 증상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거나 피고의 행위와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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