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주최측 아닌 일반 참가자에 중대한 위반 없는 한 교통방해죄 물을 수 없어"

[법률방송뉴스] 시위대 행진 선두에서 집회신고 범위가 아닌 차로로 행진해 차량 통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공무원노조 조합원에 대해 교통방해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오늘(9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노조 소속 류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2015년 3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민연금 강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결의대회’에 참가한 류씨는 집회 참가자 5천여명과 함께 여의대로를 행진하며 연좌농성을 벌였고, 이후 약 30여분 가량 육로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류씨는 또 같은해 5월 국회 앞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해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된 국회의사당 인근 100m 이내에서 해산 명령에 불응한 채 집회를 이어간 혐의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1심은 A씨의 행동에 교통 방해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가 행진이 집회신고의 범위를 이탈해 교통을 방해하고 있음을 인식했다고 보기 충분하다. 일반교통방해의 고의가 있었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2심 역시 “A씨는 집회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해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했다”며 “선두 쪽에서 행진에 참가하던 A씨가 경찰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국회 근처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해 벌금액을 150만원으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과 달리 일반교통방해 유죄도 다시 판단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채증 사진만으로는 A씨의 집회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류씨가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류씨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5천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외치는 구호나 집회 주최 측 방송 등으로 현장이 매우 소란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류씨가 교통방해 상황이나 경고 방송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해 도로 교통을 방해했다고 모든 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시입니다.  

류씨가 집회에 단순 참여한 것으로 보일 뿐 주최측이 아니어서 죄책을 묻기 어렵다는 것인데, 집회 참가 경위 등에 비춰 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여야 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입니다. 

관련해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혐의를 받는 해당 참가자가 신고범위를 일탈했거나 교통을 방해하는 직접적인 행위, 집시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등의 여러 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도로 교통을 방해한 집회 혹은 시위에 참여했다고 해서 그 참가자들 모두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