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참여재판서는 '트러스트 부동산' 공승배 변호사 승소 5월 항소심 앞두고 대한변협 · 공인중개사협회 '힘겨루기' 양상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입니다.

사무실 앞에 ‘트러스트’란 간판이 있습니다.

간판만 봐서는 뭐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래 작은 간판들을 보니 ‘로펌’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 같은데, 그 아래엔 또 ‘리얼터(Realtor)' 즉, ‘부동산 중개업자’라는 간판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공인중개변호사’ 사무실입니다.

당시 이 회사는 부동산 거래 가격 2억5천만원 미만은 수수료 45만원, 그 이상은 일률적으로 99만원의 수수료만 받겠다고 해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0.4~0.6%를 받는 기존 공인중개사 수수료에 비해 고액 거래일수록 수수료가 훨씬 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6억원짜리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공인중개사를 통해 0.5% 수수료를 적용하면 300만원을 줘야 하지만, 공인중개변호사엔 3분의 1인 99만원만 주면 됩니다.

위기감을 느낀 공인중개사협회는 해당 회사 대표인 공승배 변호사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공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재판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무등록 중개행위’와 ‘유사 명칭 사용’, ‘중개 대상물에 대한 표시광고 위반’입니다.

요약하면, 아무리 변호사라도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 없이, 공인중개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 중개 대상물을 광고해 공인중개사법 조항들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에 공 변호사는, 자신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사고파는 사람들에게 ‘법률 자문’을 하는 것, 즉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변호사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은 공 변호사 손을 들어 줬습니다.

배심원단은 4대 3으로 공 변호사에 대해 무죄를 평결했고, 재판부도 배심원단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공 변호사가 중개업을 했다는 점 등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다음 달 19일 항소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공승배 변호사 /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인중개사법의 관점에서는 (중개 업무라고) 그렇게 볼 수는 있지만, 변호사의 관점에서는 부동산 거래는 ‘자산 양수도 거래’이거든요. 그러니 저희가 하는 일은 자산 양수도 거래를 법률 자문하는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 변호사가 변호사 자격에서 법률 자문을 하는 거는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검찰과 공 변호사 사이 공방으로 진행되던 재판이 느닷없이 대한변협과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먼저 불을 댕긴 건 변협입니다.

항소심 첫 재판을 앞두고 변협이 공 변호사에 대한 변협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밝힌 겁니다.

[대한변협 관계자]

“적어도 공승배 변호사님이 지금 재판을 받고 계시지 않습니까. 결국 우리 회원이시니까 우리가 보호를 해야 되고 지금 좀 한 말씀 더 드리면 공 변호사님이 일종에 새로이 진출한 영역이라고 할까요. 이런 부분인데 이것이 우리 변호사들 직무범위하고도 직결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입니다.”

공인중개업 시장 규모는 연 2조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변호사 수사 늘어나면서 극심한 수임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변호사들을 위해 2조원짜리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겁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36만 명 정도. 동네마다 골목마다 중개업소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안그래도 포화 상태인데 우리는 굶어죽으라는 거냐고 발끈하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공인중개사협회 고문]

“지금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광고도 많이 내고 있고요. 각 단체마다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에게도 계속 공지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길 거라고 확신하지만 혹시나 문제가 되면 대법원까지 갈 생각입니다. 만약에 변호사가 중개 업무를 할 수 있는 걸로 판결이 된다면 공인중개사 법 자체가 필요가 없게 됩니다.”

항소심의 관건은 검찰이 공 변호사가 ‘법률 자문’을 하면서 작성한 계약서를 입수해 재판부에 제출하느냐, 이 계약서를 재판부가 통상의 부동산거래 계약서와 유사한 계약서로 판단하느냐입니다.

[스탠드업]

변호사의 새로운 법률 서비스 제공인가, 안 그래도 포화 상태인 공인중개사들의 밥그릇 빼앗기인가.

다음달 19일 열릴 항소심 첫 재판을 시작으로 양측의 법정공방 2라운드는 다시 불붙습니다.

법률방송뉴스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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