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어린이보호구역... "민식이법 통과시켜라"
허울뿐인 어린이보호구역... "민식이법 통과시켜라"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11.19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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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제한 30km 지키는 차량 드물어... "처벌 대폭 강화해야"
"과속방지턱 높이고 차로폭 축소 등으로 감속 유도도 필요"

[법률방송뉴스] 2달 전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살 김민식군이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른바 '민식이법'입니다.

어제(18일)가 김민식군의 9번째 생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등에서는 민식이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졌는데요,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의 교통안전 실태, 민식이법 법안 논의가 안 이뤄질 경우 대안은 없는지 등을 취재했습니다.

법률방송 '잠자는 법안을 깨워라'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제한속도 30km'라고 차도 위, 표지판, 게시판 등 곳곳에 표시돼 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는 노란색 속도계기판이 설치돼 주행 차량의 속도를 태양광으로 실시간 측정해 표시합니다.

그래도 대부분 차량이 시속 40km를 넘고, 일부는 6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도 합니다.

[시민]
"어린이들은 어느 순간 뛰어나갈 수가 있기 때문에 정말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게 잘 지켜야죠."

[시민]
"기본적으로 해야 될 것을 안 지키는 모습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것 같은데..."

4살 동생의 손을 잡고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민식이는 SUV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제한속도 30km의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는 없었습니다.

[고 김민식군 아버지 김태양씨 / 지난 달 13일 국회 정론관]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피를 토하며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저희 아기 엄마와 둘째 아들은 전부 목격하고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가해자의 차량이 전방 주시만 했더라도 과속만 하지 않았더라도 운전 중에 딴짓만 하지 않았더라도..."

최근 5년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총 2천458건으로, 매년 비슷한 수치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민식이처럼 목숨을 잃은 어린이는 31명입니다.

1995년도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인근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데 사고 발생은 여전합니다.

30km 제한속도는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장하나 /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스쿨존 안에 횡단보도에 신호등도 없었고 속도 측정하는 기계도 없었고 (그래서) 신호등 당연히 설치하고, 속도 측정하고, 또 카메라로 찍어서 벌금도 부과하고 이런 강제성이 들어가줘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단속을 강제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습니다.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속도 체크만 할 뿐 실효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전국 1만6천여 곳의 어린이보호구역 가운데 과속단속 장비가 설치된 곳은 820곳으로 5%도 채 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어린이를 사망케 하더라도 처벌 수준이 낮다는 것입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L&L]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하더라도 중대한 과실로 아이를 사망케 하더라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밖에 처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다못해 어린이를 10명을 사망시켜도 마찬가지예요."

이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민식이법의 골자입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민식이법' 대표발의]
"스쿨존에서 적어도 신호등, 그리고 과속단속 카메라 이것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자, 두 번째는 만약 사망사고가 나서 어린이가 죽었다면 최소 3년 정도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지금 현행법으로 1년도 살지 않거든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식이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어린이의 생명안전 법안 통과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에는 10만명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민식이법은 다른 법안들에 밀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달 10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강훈식 의원은 오는 26일 열리는 행안위 소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법률방송에 밝혔습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민식이법' 대표발의]
"이달 말 안에 이 법을 소위에서 다루게 됩니다. 그러면 이번에 통과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고요. 예산을 세워서 단계적으로 학교 앞에 스쿨존에 대해서 과속 단속 카메라와 신호등을 설치하는 노력도 같이..."

그러나 소위에서 논의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들이 있습니다.

과속 단속 장치 1대 설치하는 데 3천만원.

1만 6천여곳에 달하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카메라를 설치·운영하는 비용만 최소 8천억원으로 예상됩니다.

교통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의 걸림돌도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말합니다.

[이성렬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과속방지턱을 (높이) 기준에 맞춰서 설치하면 과속하기는 사실 어려워요. 과속방지턱의 높이 기준이 10cm를 잡고 있거든요. 실제 일반도로에 설치돼 있는 과속방지턱은 그 기준에 미달되는 경우가 많아요. 또 다른 경우는 차로 폭을 좁히는 것도 방법이에요. 교통안전 시설물을 통해서 감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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