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과도한 침해" vs "표현의 자유 제한"
"세계적 추세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조항 폐지"

▲유재광 앵커= 국회 토론회 소식 하나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여부를 두고 심포지엄이 열렸다고 하는데 ‘이슈 플러스’, 신새아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28일) 열린 심포지엄, 어떤 심포지엄인가요.

▲신새아 기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관련 심포지엄'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변협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렸습니다.

현직 변호사들과 로스쿨 교수들, 법무부 검사, 형사정책연구위원들이 발제자나 토론자로 참석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지금처럼 처벌해야 하냐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앵커= 사실을 적시한 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 사실 법조계의 오랜 화두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숨겨진 사실을 드러내는 것 뿐만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공연히 적시해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됩니다.

쉽게 말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을 두고 ‘낙제를 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고 사실을 적시해도, 조 후보자 딸이 명예훼손죄로 걸면 걸 수가 있는 건데요.

이렇게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한 것을 처벌할 수 있느냐를 두고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이라는 헌법적 권리가 충돌하고 있는 겁니다.

처벌하면 안 된다는 쪽에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선 안 된다’는 명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쪽에선 ‘처벌하지 않으면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명예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것이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요. 양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상황입니다.

▲앵커= 먼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 쪽 논리나 근거부터 좀 볼까요.

▲기자= 네, 토론회를 주최한 금태섭 의원은 성폭력 미투 사례를 들었는데요.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게 말이나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공직비리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 비평 등의 표현을 제한하는 만큼 원칙적으로 ‘처벌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도 비슷한 취지로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타인이 듣기 좋은 말을 할 자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듣기 싫어하는 말도 할 수 있는 자유’에 있다“며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 영역은 민사상 손해배상의 영역이지 국가의 처벌로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은 어떤 근거를 들던가요.

▲기자= 같은 성폭력 미투를 예로 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이 없다면 성폭력 피해자가 거꾸로 제2차 피해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인데요. 쉽게 말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평소 행실 등을 문제 삼으며 ‘꽃뱀’으로 몰수도 있다는 건데요. 

역설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는 것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존치의 강력한 버팀목이자 근거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좀 어려운데 쉽게 설명해 주시죠.

▲기자=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언론의 보도나 내부고발자의 비리 폭로 같은 것은 공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돼 이미 처벌받지 않고 있으니까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존치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존치론자들은 여기에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이 형벌을 대체할 수단이 마땅히 없는 점 등을 들어 ‘폐지는 시기상조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적으로는 어떤 추세인가요.

▲기자= 이른바 선진국들의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 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을 폐지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하는데요.

이런 세계적 추세에 따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도 지난 2015년 한국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성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성돈 교수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우리 대한민국만 민주국가를 표방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게 평가할 수 있는 그런 현실을 본다면 이게 1908년에 만들어진 일본 형법과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우리 형법은 이제 폐지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이 필요하다면 무엇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누구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폐지가 답'이라는 것이 김성돈 교수의 주장입니다.

▲앵커= 세계적 추세라고 꼭 따라 갈 일은 아니지만 존치를 하더라도 좀 보완이 필요해 보이긴 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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