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대주주들, '임상 권고 중단' 내부정보이용 주식 대량 투매 혐의

▲유재광 앵커= 검찰이 오늘(28일) 면역항암제 ‘펙사벡’ 제조업체 신라젠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입니다.

펙사벡, 잘 모르는 시청자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펙사벡이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펙사벡은 바이오업체인 신라젠에서 핵심 신약으로 개발을 하고있던 면역 항암제입니다. 인체 내 면역 증강을 유도하는 물질을 배출해 항암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개발된 항암 바이러스라고 볼 수가 있겠는데요.

펙사벡은 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해서 독성을 없앤 항암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합니다. 암 환자에게 투여된 펙사벡이 암세포만 감염시키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위험 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는 건데요.

특히 일반 세포까지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다르게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앵커= 말씀만 듣고보면 대단한 약인 것 같은데. 이런 약 만든 신라젠은 어떤 회사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신라젠은 2015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허가를 받았습니다.

2016년 12월 기술특례 절차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2015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 21개국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진행해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 4일 항암바이러스물질 ‘펙사벡’ 임상 3상을 조기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무용성 평가를 한 이후에 임상 중단 권고를 한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임상 3상 단계에서는 ‘다수의 진짜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임상 2상보다 10배 가까운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여기서 이제 약의 진짜 효능이 드러나게 됩니다.

DMC가 했던 무용성 평가는 신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중간에 평가해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 따지고 임상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인데요.

일반적으로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하는 경우는 약물의 효과가 매우 미비해 임상을 지속해도 효과를 입증할 가능성이 없거나 경우와 약물의 부작용이 과도한 경우인데요. 펙사벡의 경우에 이러한 이유로 임상중단 권고를 받았습니다.

▲앵커= 약의 효능이 부풀려졌다는 건데 이런 이유로 검찰수사 대상에 오른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검찰수사대상에 오른 이유는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를 앞두고 이뤄진 보통주 대량 매각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신라젠이 개발 중이던 ‘펙사벡’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다가 임상 3상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임상 중단 발표 후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코스닥 2위에서 13일 기준으로 19위까지 추락을 했는데요. 사태 발생 전 3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이 현재 1조원대 초반으로 1주일 만에 2조원 이상 증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이 85%가 넘는 만큼, 사라진 돈이 개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 전에 최대주주와 친인척들이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서 임상 중단과 관련된 내부 정보가 미리 샜던 것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법적으로는 혐의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오늘 오전 서울 여의도 신라젠 서울지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서 미공개정보이용·내부자거래 혐의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검찰이 수사를 통해서 밝혀내야 될 과제가 그러면 어떤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앞서 말씀드렸던 미국 DMC가 펙사벡 임상의 무용성 평가 이후에 임상 중단 권고를 내리자 2일 하루에만 신라젠의 시가총액이 1조 원가량 증발을 했는데요.

4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 받았다는 공시를 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28일 오전, 그러니까 오늘 오전에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1만원 이하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대주주와 임원들이 주가 하락 전 이 회사 주식을 대거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신사업 추진을 담당했던 신모 전무의 경우에는 보유 중이던 주식 16만7777주, 약 88억원을 4회에 걸쳐 전량 매도하면서 무용성 평가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 검찰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11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은상 신라젠 대표 및 특별관계자와 이 회사 임원들이 신라젠 상장 이후 매도한 주식이 총 2천515억원에 달하고요, 이 중에 문 대표가 2017년 12월 156만2천844주를 매각해서 1천32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 대표의 친인척인 곽모씨가 2018년에는 740억원어치를 매도했고, 또 다른 친인척인 조모씨는 주식 및 비상장 전환사채(CB) 매각으로 338억원을 현금화한 바가 있습니다.

펙사벡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면 지분가치가 더 오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오기도도 전에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보아 통과가 어렵다는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개인적으론 이번 사건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우리나라의 제약이나 바이오 업체들이 가능하면 임상실패 같은 사실을 외부로 알리기 싫어하는데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개발한 신약후보 물질이 사장되는 건 피하고 싶어서라고 짐작이 되고요.

그리고 이 물질이 실패할 걸 알고 일부러 알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안에 지분 등을 정리해 돈을 챙기는 시간을 벌기 위함일 수도 있겠는데요.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 가운데 하나가 ‘정보 비대칭’의 문제인데, 모든 시장이 그렇긴 하지만 제약이나 바이오의 경우에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 불균형이 심한 상황입니다.

증권시장에서 내부자거래가 정보 비대칭 현상에서 비롯된 중대한 범죄행위인데요.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이런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정보비대칭 내부자 거래 엄단이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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