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 변론주의 정착, 1·2심 재판 충실화" vs "대법원 판례 따라 기계적 판결, 획일화"

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법률방송뉴스] 지난해 민사소송 1·2심 판결이 대법원에 뒤집힌 경우가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그 해석을 두고 의견이 정반대로 갈리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앵커 브리핑'은 1·2심 하급심과 대법원 상고심 얘기 해보겠습니다.

법원이 오늘 발간한 ‘2018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 상고심 민사합의사건 4천 421건 가운데 항소심 판결이 파기된 건수는 286건으로 전체 사건의 6.47%로 집계됐습니다.

대법원에 올라온 민사사건 100건 가운데 원심 판결이 뒤집힌 경우는 100에 6~7건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012년 8.74%, 2013년 10.99%, 2014년 11.06%, 2015년 10.48%로 10%대 안팎에서 엎치락 뒤치락 비슷하던 민사 합의사건 상고심 파기율이 2016년 7.86%로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7%대마저 깨지고 6%대로 진입한 겁니다.

더불어 민사 합의사건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취소되는 비율도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항소심에서 판결한 민사 합의사건 총 1만3천663건 중 1심 판결이 취소된 건수는 4천639건, 33.95%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 항소심 취소율을 보면 41.9%, 2013년은 43.3%, 2014년 43.15%, 2015년 43.23%, 2016년 42.4%, 5년 연속 40%대를 기록했던 항소심 취소율이 지난해 한꺼번에 10%포인트 가량 급감하면서 30% 초반대로 떨어진 겁니다.

이렇게 민사사건 상고심 파기율과 항소심 취소율이 동시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나 법조계는 일단 이례적 사안이라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해석을 두고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대법원 상고심 파기율이 크게 준 데 대해 사실심인 1·2심 재판이 그만큼 충실해진 거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소송 당사자들이 단순히 서면을 제출하고 재판부가 이를 검토하는 서면 위주 재판 방식을 지양하고 당사자들이 법정에 출석해 구술로 법리논쟁을 펼치며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는 변론방식인 ‘구술 변론주의’가 정착하면서 1·2심 판결의 완결성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분석입니다.

서류로는 다 할 수 없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구술 심리로 진행하면서 의문점과 공방에 대한 하급심 재판이 충실해진 결과로 항소나 상고를 해도 판결이 뒤집히는 일이 줄었다는 겁니다.

반면 정반대의 견해도 있습니다.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준 건 1·2심 재판이 충실해졌다기보다는 하급심들이 대법원 판례를 무조건 따르는 ‘기계적 재판’의 결과라는 주장입니다.

일선 판사들이 대법원에서 자신들이 내린 판결이 뒤집혀 파기환송되는 것을 꺼리다 보니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재판을 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면서 재판이 획일화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1·2심 재판부가 주체적인 재판 진행보다는 대법원 판례 위주의 판단을 내리면서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판결이 취소·파기되는 경우가 동반 감소했다는 겁니다.

관련해서 상고심 파기율과 항소심 취소율이 감소하면서 1·2심 판결에 불복하는 비율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민사 합의사건 1심 판결 2만7천723건 중 항소 건수는 1만1천228건으로 40.5%의 항소율을 기록했습니다.

2012년 43.0%, 2013년 42.3%, 2014년 42.1%, 2015년 44.3%, 2016년 46.1%로 그동안 구준한 증가추세였던 민사 합의사건 1심 판결 항소율이 지난해 돌연 하향세로 돌아선 겁니다.

마찬가지로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는 상고율도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민사 합의사건 2심 판결 1만3천663건 중 상고 건수는 4천372건으로 32%의 상고율을 기록했습니다.

민사합의사건 2심 판결 상고율은 2012년 44.1%, 2013년 45.4%, 2014년 44.7%, 2015년 41%, 2016년 39.4%였습니다.

40% 중반대에서 왔다갔다하던 대법원 상고율이 2016년 40%대 벽이 깨지더니 지난해엔 30% 초반대까지 내려간 겁니다.

흔히들 ‘금과옥조’(金科玉條) 라고 하는데, 대법원 판례는 1·2심 판결의 전거와 기준이 되는 판결문 한 줄 한 줄, 문장 하나 하나가 판사들에겐 말 그대로 금이고 옥인 금과옥조입니다.

그런 대법원 판결이 '거래 대상'이 됐었다고 하니 새삼 또 씁쓸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같은 사안에 대한 정반대의 해석, 대법원 상고심 파기율이 감소된 게 판사들이 대법원 판례를 따르는 기계적·도식적 판결 때문이 아닌 1·2심 재판이 충실해진 결과라고 믿고 싶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법원에서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디다 더 어쩌지도 못하고, 그 마음이 어떨지 헤아려 주는 법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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