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중증·정신장애인시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폭언·폭행 일상적... 입소자 절반 넘게 10년 이상 입소"

[법률방송]

국가인권위가 전국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인권 실태 조사 결과를 오늘(11일) 발표했습니다.

입소자 10에 6~7명은 자신들의 뜻에 반해 입소하는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옥에서 빠져 나온 것 같았다"는 것이 시설에서 지내다 나온 장애인의 증언입니다.

대안은 정말 없는 걸까요.

조현경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여느 토론회와 달리 토론회 발표 내용이 그때그때 대형 스크린에 뜨고 수화 통역사까지 나와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와 장애인 단체 주최로 열린 중증·정신장애인 시설 생활인 실태 조사 결과 보고 및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입니다.  

[최혜리 /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그동안 이들 시설에 인권 보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인권 침해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지만 막상 인권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적극적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현재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은 전국에 약 230여개, 정신요양시설은 59개 정도가 있습니다.

입소자는 각각 1만 1천명, 1만명 정도로 합해서 2만 1천명 정도 됩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 입소시설의 경우 67.9%가 비자발적 입소자로 나타났습니다.

사유로는 ‘가족들이 돌볼 여력이 없어서’가 절반 가까운 44.4%로 나타났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1.5%, ‘다른 시설에 있었는데 이 시설로 보내서’라는 답변 12.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증 장애인 입소자 10명 가운데 7명은 대부분 영문도 모르고 본인 의사에 반해 입소했다는 얘기입니다.

[김정하 / 장애인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처분 받는 기분으로 그곳에 계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족에게서 사실상 버림받은 신세, 정당한 권리나 인권같은 단어는 어떻게 보면 남의 나라 얘기입니다.

응답자 상당수가 언어폭력이나 무시는 기본, 신체폭력과 강제노동, 감금, 강제 투약 등의 인권침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의사 표현도 힘든 한 중증장애인은 시설에서의 생활을 장애인 활동가의 입을 빌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황기원 / 전 시설 입소자·인권활동가 대독]
“시설에서의 경험은 하루하루가 충격이었습니다. 폭언, 폭행은 일상적으로 일어났으며..."

정신장애인 시설도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게 없습니다.

인권위 조사 결과 25%가 폭력·학대 또는 부당한 대우를, 22%는 강제 격리 조치를, 강제노동과 강박을 당한 경우도 각각 13%와 12%로 나타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인권침해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중증장애인 시설의 경우 입소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33%로 가장 많았고, 20년 이상도 25%로 조사됐습니다.

입소자 절반 이상은 최소 10년 이상 시설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신요양시설의 경우엔 ‘퇴소’라는 개념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입소자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었습니다.  

[강희설 /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지킴이지원센터장]
"강제입소와 동시에 10년, 20년 이상의 장기입소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매우 시급하게 국가인권위가 권고를 해서라도 범정부정인 대책이 마련이 되어야 된다..."
 
토론 참가자들은 대안으로 우선 해당 시설이 위치한 시군구 일선 지차체에서 시설 입소 의사를 확인하도록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시설 운영자가 입소자의 권리와 서비스 등에 대한 계약 등을 체결하고 해당 사항을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중증·정신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라고 하지만, 정작 “지옥에서 빠져 나온 기분이었다”는 게 그 시설에서 지내다 나온 장애인의 말입니다.

실태 조사나 토론회도 필요하지만, 싵태 조사나 토론회를 넘어, 실질적인 대안 마련과 집행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조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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