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윤석열 검사,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1호 합류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팀장으로 현 정권과 대립했던 인물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최순실 특검' 박영수(64) 특별검사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56) 대전고검 검사를 특검팀의 수사팀장에 임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영수 특검은 1일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를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장은 특검팀 내 공식 직책은 아니지만 20여명의 검사 등을 이끌어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수사 현장과 특검·특검보 사이를 연결해줘야 하는 결정적인 자리로 해석된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할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합류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연합뉴스

박 특검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 필요에 따라 최대 20명까지 검사 파견을 요청할 수 있고, 관계기관의 장은 특검의 파견 요청을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파견 요청을 거부할 경우 특검은 관계기관의 장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윤 검사는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그는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2과장을 지낸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여러 대형 사건을 해결하며 수사력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의 평판 역시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영수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중수부 연구관으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는 만큼 박 특검과의 호흡도 잘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윤 검사는 국정원 사건 수사 이후 3년째 지방검찰청 검사로 전전해 왔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윤 검사가 정치적인 보복을 받은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윤 검사는 국정원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집행하면서, 수사 진행에 이견이 있었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별도의 보고나 결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윤 검사는 그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해 '항명 파동'을 일으켰다. 그는 이후 대고검,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검사가 자신을 사실상 좌천시킨 현 정권에 '복수 수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나온다.

박영수 특검은 이날 오후 이같은 취재진의 질문에 “영화에 나오는 얘기”라며 “복수 수사를 할 사람이라면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윤 검사가) 어제까지만 해도 사양했지만, 여러 차례 같이 일을 해봐서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후배이기 때문에 내가 강권했다"면서 "(정치권에서 공세가 들어오면) 수사로 말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자신이 특검팀의 자격으로 꼽은 "의지와 사명감을 갖고 파헤치는, 끈기와 분석력이 있는 사람"에 윤 검사가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수 특검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로 출근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박 특검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준비기간 중점적으로 준비할 특검보 인선을 금주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어려운 사건을 많이 수사했지만 이번 사건만큼 부담 되는 사건은 없었다. 어제 잠까지 설쳤다”며 “20일의 준비기간을 다 채우는 것은 국민께 죄송한 일이라 가능한 한 빨리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박 특검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들로 특검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법무법인 강남의 양재식 변호사와 오광수 전 대구지검장 등이 특검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특검은 “나와 가깝다고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의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파헤칠 수 있는 끈기있는 검사, 분석력이 뛰어난 똑똑한 검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을 만나 인수인계를 논하고 수사 방향도 잡을 예정”이라며 “오늘 오후 국무총리실에 가서 임명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특검은 이날 특검 사무실 마련 등을 위해 법무부 직원 2명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은 이전의 특검보다 규모나 기간 면에서 매머드 급이다. 파견 검사를 포함한 인력이 100여명이 넘고, 수사 기간도 최장 120일로 역대 특검 중 가장 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특검 수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면서 검찰 수사 역시 특검이 개시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아직 특검팀과 협의를 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만나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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