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법률방송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늘(4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은 오너 일가를 위한 자구계획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또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윤세영 창업주와 윤석민 회장 등 오너일가가 33.7%를 보유한 티와이(TY)홀딩스 지분을 동원해야 한다는 입장도 간접적으로 밝히며 태영그룹을 강도높게 압박했습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를 나눈 뒤 주요 현안과 관련한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주된 플레이어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채권단의 입장을 빌어 전날 채무자설명회에서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더 높은 강도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국도 워크아웃 신청시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책이 시작 직후부터 지켜지지 않은 데에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에 팔아 총 2,400억원을 확보했는데 이 돈을 지주사 채무보증 해소에 먼저 사용한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 원장은 "이것은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고 오너일가의 자구계획이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하고 있다"며 "오너일가는 자회사 매각 등으로 수천억의 현금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워크아웃 계획에는 단돈 1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호황기에 태영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도맡으며 1조원을 넘게 벌었고, 그 상당 부분이 오너일가 재산 증식에 쓰였다"며 "그런데 부동산 침체에 들어가자 수분양자, 채권자가 이것을 떠안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견리망의(見利忘義)'도 언급하며 "태영 측이 최초 워크아웃 신청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말했는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닌가 의심된다. 당국도 채권단의 입장에 수긍이 간다"고도 공격했습니다.

태영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에 선을 긋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티와이홀딩스 지분이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원장은 "방송법상 제약이 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렇다면 티와이홀딩스 자체는 상장법인인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들이 (지분을) 갖고 있으니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최소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태영그룹으로부터 제시되고 협의돼야 한다.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니 (추가 자구안 제시가) 이번 주말을 넘으면 안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금융당국은 지금 같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하에서 채권단에 무리하게 떠안으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어떤 경우의 수에 이르더라도 시장안정, 이해관계자 이익보호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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