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고통스런 처방에도 개선 '無'
한은 "어느 지표를 봐도 주택 고평가돼 있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용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사진=한국은행)
14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용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사진=한국은행)

[법률방송뉴스]

올해 한국은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을 26년간 한푼도 안쓰고 꼬박 모아야 27평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실정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적으로 한국보다 소득 대비 높은 집값을 자랑하는 나라는 10개국뿐.

이 가운데 한국이 '주요국' 또는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기초 경제 여건과 비교할 때 주택 가격은 여전히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국에 비해서도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 이 나옵니다.

이는 중간 크기로 분류되는 90㎡ 아파트 가격을 가계의 평균 순가처분소득액으로 나눈 값입니다.

한국은 PIR 지수가 26.0배인데, 26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계에 들어간 80개국의 중앙값은 11.9배.

올해 기준으로 10개국만 한국을 제쳤는데, 이들 국가는 △시리아 86.7배 △가나 78.6배 △홍콩 44.9배 △스리랑카 40.8배 △중국 34.6배 △네팔 32.8배 △캄보디아 32.5배 △필리핀 30.1배 △나이지리아 28.2배 △에티오피아 26.4배 등이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과 비슷한 일본은 10.3배, 이탈리아 9.7배, 스페인은 7.8배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이자 높은 인구 밀집 특성을 보이는 대만은 20.1배, 싱가포르는 15.5배였습니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14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난 14일 보고서 설명회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주택가격이 상당히 높게 평가돼 있다"며 "결혼하는 부부가 영끌하거나,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홍 국장은 "주택가격이 고평가돼 있단 사실은 여러분 주변에서 잘 아실 것"이라며 "어느 지표로 보더라도 고평가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고통스러운 처방에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는데, 고금리 속 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정책 엇박자가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소득보다 높은 집값은 그 자체로도 바람직하지 않은데, 무엇보다 가계부채를 부풀려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최근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꿈틀대는 양상인데, 가계대출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5개월 연속 늘었습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7조원 증가한 상태입니다.

금융권은 한국 가계부채에 대해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없이 지속 증가해 거시 경제와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이같은 문제와 관련해 홍 국장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주택 관련 자금의 공급 측면에서 그런 기대를 꺾는 대책을 내놨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가계부채가 지금 수준으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로 이어지면 주택 관련 자금의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기대를 꺾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공급과 수요 모두 기대가 꺾여야 결국 금융불균형 누증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수술은 단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은 입장입니다.

지난 7월 한은 경제연구원은 한국처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겼던 7개국의 경우 이 비율을 100% 아래로 내리기까지 노르웨이·아일랜드는 5년, 덴마크·네덜란드는 18년이 걸렸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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