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아 앵커= ‘이번 주 핫클릭‘ 음주운전과 뺑소니입니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일어났던 음주운전 사망사고 기억하십니까.

가해자의 음주운전, 이로 인해 9살의 어린 아동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입니다.

얼마 전 이 사건 가해 운전자 고모씨에 대해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습니다.

징역 20년을 요청한 검찰 구형량에 비해선 한참 낮은 형량입니다.

이는 ‘도주치사’, 우리가 흔히 말하는 ‘뺑소니’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이같은 판결이 나온 건데요.

즉 고씨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냐 없었냐가 이번 재판에 쟁점이 됐습니다.

검찰은 “즉시 정차해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신의 주거지 내 주차장으로 도주했고, 이로 인해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고씨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음을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고씨는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뺑소니 혐의만큼은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최초 충격 당시 사고 사실을 알지 못했고 주차장에 진입하면서 사고 사실을 인지해 사고 현장으로 돌아갔다”는 게 고씨 측 항변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왜 고씨에게 도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본 걸까요.

사건 발생 당시로 돌아가면, 피해 아동과 충돌한 후 그대로 지나쳐 16m 떨어진 자신의 집 주차장에다 차를 세웠던 고씨는 약 48초 후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전해지는데요.

관련해서 재판부는 ▲고씨가 48초만에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온 점, ▲사고 현장 인근 16m 거리 주거지 주차장에 차를 세운 점 ▲자신을 가해자라 밝히고 체포 전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도주 의사가 없다고 본 겁니다.

48초와 16m, 우리는 숫자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피해자가 다치거나 숨진 사실을 알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가해 운전자가 현장을 벗어나 누가 사고를 냈는지 알 수 없게 된 경우를 뺑소니로 규정하는데요.

찰나의 시간과 순간의 이동이지만 어쨌든 사고 직후 고씨는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난 건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인데, 법조계에선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는 “고씨에게 도주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보긴 힘들다”고 꼬집었습니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엘앤엘]
“도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였는데 법원에서는 사고를 인식했는지 도주할 의사가 있었는 지 여부에 따라 뺑소니가 결정된다고 하면서도, 사고 당시 경황이 없어서 또는 짧은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서' 뺑소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사고현장과 피고인의 집이 가까운 우연한 사정으로 뺑소니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되고 도주의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도주했다가 사고 현장에 다시 돌아온 것으로 평가할 수...”

비슷한 사건들을 보면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을 몰다가 6살 여자아이를 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 번호만 알려주고 가버린 50대 운전자가 뺑소니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 장애인을 치고 병원 응급실이 아닌 외래 진료에 데려가 보호자 행세를 한 60대 남성이 뺑소니로 유죄를 받기도 했는데요.

교통사고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뺑소니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습니다.

다른 판례들과 비춰봤을 때 이번 청담동 스쿨존 사망사고에 대한 판결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1심 판결을 두고 “소극적 판단”이었다는 아쉬운 의견과 함께 “2심에선 도주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엘앤엘]
“1심에서는 도주에 대해 법원의 소극적인 판단이 뺑소니죄에 대해서 무죄로 이어졌고 피고인이 3억 5000만원을 공탁한 부분이 양형에 있어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는데 2심에서는 검찰의 항소 취지에 따라 도주에 대해서 피고인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고...”

고씨가 국민적 공분을 사는 건 ‘만약’이라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48초 사이에 고씨가 119 신고를 했다면 피해 아동이 살아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만약’의 상황 같은 것이겠죠.

유족의 분노와 슬픔도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전문가의 말처럼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 좀 더 ‘도주의사’에 대한 촘촘한 법리 검토가 필요해 보이며, 더 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이 나와선 안 될 것입니다.

‘이번주 핫클릭‘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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