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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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책을 15%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열린 가운데, ‘기본권 침해’와 ‘공익성’을 주장하는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오늘(12일) 헌법재판소는 서울 종로구 청사 대심판정에서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22조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도서정가제는 책 가격의 과도한 할인을 막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학술 분야 등의 서적 출간을 진흥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2014년 11월부터는 원칙적으로 간행물의 경우 정가로 판매해야 하며, 가격 할인과 마일리지 등을 합쳐 정가의 15% 안에서만 할인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반해 책을 판매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청구인 A씨는 웹소설 작가이자 1인 출판사 및 플랫폼 업체 운영업자로, 이 같은 도서정가제가 부당하다며 지난 2020년 위 조항의 위헌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A씨는 “사재기 근절이나 동네서점·영세출판사 보호 같은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오히려 책 시장이 위축됐다”며 "도서정가제로 인해 독자 겸 소비자, 예비간행물 판매업자로서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청구인 측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는 이날 "심판대상조항은 다른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가격 할인 금지를 도서에만 적용해 직업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제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전자책은 종이책과 시장을 공유하지 않고 골목상권과 신인 작가 등을 보호하는 '도서정가제' 입법 목적에 정당성이 없다"며 "공익이 존재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측 우원상 변호사는 "도서정가제는 유사 사례가 많은 제도로 중소형서점 보호뿐 아니라 출판사·저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가격이 아닌 콘텐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또한 "문화국가를 달성하려는 해당 조항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도서정가제는 이를 달성하는 적합한 수단"이라며 "도서정가제로 가격 경쟁에 취약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함으로써 콘텐츠의 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체부 측은 통계자료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우 변호사는 "통계적으로 (도서정가제가) 문화콘텐츠 생태계에 다양한 이바지를 했음이 입증되고 있다"며 “도서정가제 적용에 예외를 두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성현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도서정가제는 종이책과 인쇄술을 바탕으로 사상이 유통되던 시대의 제도"라며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현시대에 도서정가제가 신인 작가를 발굴·보호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도서정가제는 가격이 아닌 콘텐츠 경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제도로 많은 비영어권 문화 선진국이 채택한다"며 "가격 경쟁에 취약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함으로써 다양성이 증진될 수 있어 소수 언어권인 우리나라의 학문과 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한편 지난 2011년 4월 출판사 관련 협회 등이 도서정가제 관련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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