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심판과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헌재의 모든 영역 다뤄
최종변론 후 매일 비공개 '평의'에서 법리 토론... 10일 선고 유력
법조계 "8명의 재판관, 여론재판 아닌 법리 따른 소신 판단할 것"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박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명운은 물론, 한국사회의 명운을 쥐었다고도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탄핵심판은 박한철(64) 전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으로 1명의 궐위가 생겨 8명의 재판관이 결정한다. 헌재 재판관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이 3명씩 추천한다. 현재의 5기 헌재 재판부는 2013년 4월 구성됐다.

이후 5기 재판부는 총 800건 가까운 사건의 결정을 내렸다. 5기 재판부는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해산심판(통합진보당 해산 심판)과 탄핵심판을 모두 맡는 등 헌재가 심리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사건을 다뤘다고 할 수 있다.

헌재 재판관들은 평의 절차를 거쳐 탄핵 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한다. 8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 박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반면 8명 중 3명 이상 기각 의견을 내면 박 대통령은 현직에 복귀하게 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 8명은 지난달 27일 최종변론 이후 매일 비공개 평의를 열고 있다.

헌재는 오는 6, 7일쯤 선고 기일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상 선고 2~3일 전에 선고 기일을 심판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관례에 따르면, 10일 선고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결정할 8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정미, 김창종, 안창호, 김이수, 조용호, 서기석,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 /법률방송

8명 재판관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강일원(57·사법연수원 14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강 재판관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해산 의견을, 교원노조 가입자를 현직으로 제한한 법 조항 사건에서도 합헌 의견을 내는 등 비교적 보수적인 결정을 보였다.

그러나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한정 위헌' 결정한 야간시위 금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가장 진보적인 '전부 위헌'의 의견을 내는 등 사안에 따라 소신있는 판결을 한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강 재판관이 이번 탄핵심판의 주심으로 선정된 데 그의 '중도적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헌재 관계자는 "헌재 규칙에 따라 전자 추첨을 통해 맡게 된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서울 출생으로 용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2년 9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부임했다.

■이정미(54·사법연수원 16기)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사건에서 진보적 소수 의견을 내왔기 때문이다. 

이 권한대행은 2014년 합헌으로 결론이 난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 심판에서 김이수 재판관과 함께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같은해 집시법 위헌 심판에서도 한정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주심 재판관이었던 이 권한대행은 해산 인용 결정을 내려 의외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권한대행은 2011년 3월 이용훈 전 대법원장에 의해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됐다.  '비 서울대 법대 출신, 여성 판사'인 동시에 '남녀 통틀어 첫 40대 헌법재판관'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지난 2013년 이강국 헌재소장 퇴임 후 약 3개월 간 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권한대행을 맡았다.

울산 출생으로 마산여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법 판사, 울산지법 서울중앙지법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거쳤다.

■김이수(63·사법연수원 9기)

국회 야당 몫으로 2012년 임명된 김이수 재판관은 헌재 5기 재판관 사이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꼽힌다.

김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통진당 강령 등을 근거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일부 당원의 활동을 통진당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 재판관은 또 2014년 집시법 위헌 소원 심판에서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고, 2015년 교원노조 정치활동 금지 위헌 심판에서도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이 가능하다며 위헌을 주장했다. 

전북 고창 출생으로 전남고, 서울대를 졸업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에 연루돼 64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1977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대전지법 판사부터 시작해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창종(59·사법연수원 12기)

김창종 재판관은 헌재 5기 재판관 중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진성 재판관과 함께 2012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임명됐다.

김 재판관은 지난해 대통령 비하를 상관모욕죄로 처벌하는 군 규정과 2015년 교원노조 가입자를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 규정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 재판관은 좀처럼 소수의견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합헌으로 결론 났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서는 조용호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경북 구미 출생으로 영신고, 경북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대구지법 판사, 대구고법 판사와 부장판사를 거쳐 대구지법원장까지, 대구에서만 판사 생활을 했다.

■서기석(64·사법연수원 11기)

서기석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재판관이다. 따라서 보수적 성향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졌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과 함께 쟁점 법안에 대해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요건에 대해 조용호 재판관과 함께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서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야간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을 당시 "위헌적 부분을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해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혀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남 함양 출생으로 경남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안창호(59·사법연수원 14기)

지난 2012년 당시 새누리당 추천으로 헌재 재판관이 된 안창호 재판관은 보수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검사 출신의 '공안통'으로 유명한 안 재판관은 소수 의견 역시 가장 적게 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헌재 재판관 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안 재판관은 2015년 간통죄 폐지에 반대한 재판관 두 명 중 한 명이다. 그는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합헌 의견을 냈다. 교원노조법, 성매매특별법,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도 모두 합헌 의견을 냈다.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85년 서울지검 검사로 출발해 대검 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 형사부장, 서울고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진성(60·사법연수원 10기)

이진성 재판관은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종종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밝히기도 해 일각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재판관은 6명 이상의 동의가 이뤄져야 하는 헌재 판결에서 소수 의견을 가장 많이 낸 재판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각하 결정이 내려졌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선진화법 관련 위헌 법률 심판에서 기각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강제추행죄 유죄 확정자 신상정보 등록을 명시한 성폭력처벌법과 2015년 간통죄 위헌 법률 심판에 대해선 위헌 의견을 냈다. 그러나 교원노조 가입자를 현직으로 제한한 교원노조법 사건을 합헌으로 보고, 지난해 대통령 비하를 상관모욕죄로 처벌하는 군 규정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부산 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지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원장, 광주고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조용호(62·사법연수원 10기)

박 대통령에 의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받은 조용호 재판관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재판관은 함께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서기석 재판관과 새누리당이 제기했던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과 서 재판관은 탄핵심판에서도 증인에게 질문을 자제하고 비교적 차분하게 변론 과정에 참여했다. 

충남 청양 출생으로 중앙고, 건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대전지법 판사로 시작해 춘천지법원장,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법원장 등을 지냈다.

 

"법관으로서의 소신이 탄핵심판 결론에 영향 미칠 것"

일각에서는 재판관 8명의 성향을 보수, 중도, 진보로 나누며 탄핵심판 결과를 점치고 있다.

헌법은 법규 자체가 다른 민·형사법과 달리 해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탄핵심판이 '여론재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매주 세 대결하듯 열리는 것도 그러한 계산이 없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 주체나, 재판관의 개인적·정치적 성향으로 탄핵심판의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헌재를 거친 주요 사건에서 재판관들의 성향이 드러난 경우도 있었지만, 자신의 성향과 다른 결정을 내린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국가적 명운이 달린 탄핵심판의 경우 각 재판관이 '성향'이나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문현(숭실대 교수) 한국헌법학회장은 '헌재 재판=여론재판'이라는 시선을 경계했다.

고 회장은 "헌법재판관들은 법조인으로서 30년 이상 살아온 경륜과 국가관, 헌법관에 기초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재판관들도 공인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겠지만, 헌법 65조 1항에 나와있듯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 원한다고 해서 (그에 따라) 인용이나 기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달리 이번에는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의 실명과 논리가 그대로 공개된다. 따라서 소수의견을 가진 재판관들이 국론이 분열될 것을 우려해 다수 의견으로 선회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고 회장은 "재판관들은 소신있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소수의견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재판관의 헌법관과 철학에 따라 내린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소수의견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법리에 입각한 재판관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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