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산업연수생으로 위장 입국, 가사 도우미로 고용
조현아 "물의 일으켜 죄송"... '땅콩 회항' 때와 판박이 답변

[법률방송]

필리핀 여성들을 불법적으로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오늘 법무 당국에 소환됐습니다.

어머니 이명희씨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물건만 밀수를 한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사람까지 밀수를 한 건데요.  

그런데 한진 쯤 되는 재벌가에서 왜 굳이 이렇게 불법적으로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필리핀 여성들을 고용했을까요.

김정래 기자의 현장기획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나왔습니다.

지난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이후 3년 5개월 만에 수사기관 포토라인에 다시 선 겁니다. 

조 전 부사장은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취재진의 이어지는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조현아/대한항공 전 부사장]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인정하십니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 여성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경우 F-4 비자가 있는 재외동포나 F-6 비자를 받은 결혼 이민자만 가사 도우미로 일할 수 있습니다.

즉, 외국인이지만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만 가사 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데, 산업연수생은 여기에 해당이 안 됩니다.  

출입국당국은 한진그룹 사주 일가가 지난 10여 년 동안 20여명 정도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불법적으로 고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국은 한진 오너 일가의 지시를 받고 대한한공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보고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 인사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불법을 저질러 가면서까지  필리핀 여성들을 가사 도우미로 고용한 이유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
(필리핀 여성들을 고용한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지금 뭐 조사 중인 사안이어 갖고요. 저희가 뭐 딱히 드릴 말씀은 없네요”
 
‘가사 도우미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지만 한진 총수 일가의 재력을 생각하면 선뜻 크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진 오너 모녀의 상습적인 폭언과 고성, 갑질이 원인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폭언 등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인 가사 도우미들이 자꾸 그만두자 아예 우리말을 모르는 필리핀 여성들을 가사 도우미로 썼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 이명희 이사장의 수행기사를 지냈던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말을 다 알아듣는 한국 사람이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
(항간에 폭언 등에 시달려가지고 한국인들을 쓸 수 없어서 필리핀 사람을 썼다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 처럼요. 저희가 뭐, 요런 거 관련해 갖고 저희가 뭐 드릴 말씀은 따로 없습니다.”

또, 내밀한 사생활이 알려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한국말을 모르는 필리핀 여성들을 쓴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유가 뭐가 됐든 외국인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입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입국과 관련해 조현아 부사장을 불러 관련 사실을 강도 높게 추궁한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조만간 조 부사장의 어머니 이명희 이사장을 같은 혐의로 소환 조사할 예정입니다.

한진 사주 모녀의 갑질의 결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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