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 "참담한 현실에 가슴 찢어지는 고통"
문무일 검찰총장 "현직 검사 수사 방해, 안타깝고 참담"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

[앵커]

요즘 검찰이나 법원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참담’ 이라는 두 글자라고 합니다.

‘카드로 읽는 법조’, 오늘의 키워드는 ‘참담’입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무엇이 그리 참담하다는 건지 김효정 기자 카드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참담(慘憺)하다, 모습이나 상황이 비참하고 절망적이다. 마음이 몹시 슬프고 괴롭다는 전자는 ‘객관적’ 모습을, 후자는 ‘주관적’ 심경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혐의로 검찰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

검찰에 불려나온 남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며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찬사를 받지는 못할 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비분강개해 했습니다.

문성근-김여진 가짜 나체 사진을 합성하고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전 직원 유모씨.

유씨는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개인적으로는 국가에 충성한 30년 공직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져  참담한 마음” 이라며 법정에서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신이 한 일도 아닌 일에 대해 참담해야 했습니다.

현직 검사들의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의혹에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국감장에서 고개를 숙인 겁니다.

‘돈 봉투 만찬’ 파문으로 면직돼 ‘김영란법’ 위반 ‘기소 1호 검사’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 전 지검장은 “역대 서울중앙지검장들이 늘 해왔던 일인데...이해할 수 없다”며 역시, 엊그제까지 검찰을 지휘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피고인이 된 현실이 “참담하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언론계에선 파업이 한창인 KBS 고대영 사장이 국정원에서 ‘검은 돈’을 받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국정원 개입 보도를 누락했다는 논란에 대해 “참담하다” 며 ‘참담’ 발언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순실씨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이권을 챙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차씨도 “지난 시간은 너무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무릎 꿇고 기도하고 반성했다”며 구구절절한 말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국정농단 사태 유탄을 맞은 격인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도 “결과적으로 무지했다”며 “참담하다”는 후회와 원망의 자조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참담함’들의 근원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구속 기한이 연장되자 박 전 대통령은 재판정에서 “구속돼서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 며 그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 연장된 데 항의해 변호인단 총사퇴와 재판 거부라는 초강수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국정원 말단 수족 직원부터 국가안보 총 책임자 국정원장까지.

전직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동일체 정점 현직 검찰총장까지.

일개 민간인 ‘문화기획자’부터 공영방송 KBS 사장까지.

그리고 청와대 일개 행정관부터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이까지.

사연도 이유도 다르지만 모두가 "참담하다"고 참담해 하는 참담한 현실.

정말 참담해야 할 사람은 그 참담한 시절을 겪고 지내온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까요.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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