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측 “출산·육아로 기회 박탈, ‘중대한 불이익’”

[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로스쿨 학생들은 졸업 이후 5년 안에 5번의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5번을 다 합격하지 못할 경우, 이른바 ‘오탈자’ 낙인이 찍힙니다.

오탈자는 더 이상의 시험응시 기회를 가질 수 없는데, 예외 사항은 병역 의무 뿐이라고 합니다. 

이에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3번의 시험 기회를 날려야 했던 엄마가 지난 7일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해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어렸을 때는 막연한 장래 희망 정도였는데 대학에 진학을 하고 나서 구체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게 됐을 때,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이 생각난 거예요. 변호사 하면 다른 사람 권리를 찾아주고 실현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주잖아요. 그런 모습이 되게 어린 마음에 동경이라고 해야 되나. 멋있어 보였었고.”

“임신을 했지만 공부를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래 앉아있기가 힘들고 계속 몸의 피로함이 느껴지고. 애를 출산하고 나서 60일 만에 공부를 시작한 거여서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실질적으로는 2번째 시험인데 형식적으로 5번째 시험, 그때는 마지막 남은 기회였으니까 되게 필사적으로. 이 기회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두 다리 뻗고 편히 자본 기억이 없어요.”

“결국 시험에 안 됐죠. 그러니까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저한테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해도 그 간격을 메울 수는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저한테 주어졌던 마지막 시험도 그렇게 지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변호사를 꿈꿨던 김누리씨.

하지만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단 두 번밖에 응시할 수 없었습니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마지막 기회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일명 ‘오탈자’가 됐습니다.

[김누리 / 로스쿨 졸업생]
“그때는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되게 울었어요. 되게 많이 울었는데 아이한테 너무 미안한 거예요. 임신이라고 하면 정말 산모나 뱃속에 있는 태아한테 다 축복인 건데 나는 왜 울고 있나.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변호사 시험의 응시 기간과 횟수를 5년 내 5회로 제한하고 있는데, 예외는 군 복무뿐입니다.

임신·출산·육아를 예외로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씨는 헌법소원을 두 번 제기했지만, 청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본안 판단을 받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지난 7일 김씨는 “저출산 위기와 극복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변호사시험응시지위확인의 소를 냈습니다.

[김누리 / 로스쿨 졸업생]
“법조인은 뽑는다는 시험에서조차 임신·출산·양육을 배려하고 있지 않잖아요. 그런데 과연 다른 시스템에서는 어떨까. 배려를 하고 있나. 제가 배운 방법대로 부당함을 밝히고 권리를 찾아야겠다...”

임신으로 인한 오탈자 소송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바라는 건 “실질적인 평등”이라는 게 김씨의 말입니다.

[김누리 / 로스쿨 졸업생]
“제가 국가에게 ‘나 이렇게 됐기 때문에 내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이었던 변호사가 되게 해달라’고 제 꿈의 실현의 보장을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최소한 기회는 평등하게.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제공돼야 하지 않나...”

김씨를 대리하는 박은선 변호사는 “임신·출산·육아 때문에 놓친 3번의 기회를 다 쓴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원고에게 시험을 볼 지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은선 변호사 / 법률사무소 이유]
“직업의 자유나 건강권 그리고 원고의 모성권과 또 아이의 교육권, 여러 가지 기본권들이 침해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위헌이고 또 그렇게 위헌이기 때문에 원고에게 변호사 시험 응시자 지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오탈 제도’에 대한 로스쿨 재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취재진이 만난 학생들은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구본철 / 로스쿨 재학생]
“졸업하자마자 붙어야 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오탈 압박이 있을 것 같아서. (탈락하면) 심리적으로 힘든 기간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공부를 제대로 못 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또 “예외 사항이 한정적”이라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씨 / 로스쿨 재학생]
“그건 약간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걸 일률적으로 그냥 5년에 5번, 군대를 제외하는 건. 사실 임신이나 출산도 굉장히 큰 일이니까.”

[B씨 / 로스쿨 재학생]
“저는 응시 기회를 5번 준다든가 그렇게 하는 쪽으로 가는 게 더 맞지, 지금처럼 무조건 1년이 차감되는 건 조금 어폐가 있지 않나.”

박 변호사는 “소송 진행 중에 법이 개정돼 소송이 각하됐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은선 변호사 / 법률사무소 이유]
“저는 이 소송이 각하됐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법이 저희가 소송을 진행하는 중에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개정되거나 폐지되어서 우리 원고가 시험 볼 자격을 갖게 되고, 그렇게 해서 저희 소송이 각하되는 것. 그것이 제가 더 바라는 것입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법무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변호사 시험 응시를 제한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가운데,

김씨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잃은 것이 ‘중대한 불이익’으로 인정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