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3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
사측 규정 ‘산재 범위 외’ 질병... 보상 없어
회사 “영업비밀·기술보호”... 자료제공 거부

[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우리나라는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수년째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많은데요.

산재로 인정을 받으려면 노동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의 일명 ‘알권리3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국회에서 열렸는데, 그 현장에 이혜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김은숙 / 전 삼성반도체 온양사업장 근로자]
“제가 일하는 공장이 삼성반도체 MOLD 라인에서 일했거든요. 제일 먼저 발생한 게 갑상선 암이었고요. 그리고 나서는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고 하니까 류마티즘이 왔고, 그래서 지금 온갖 병으로 인해서 좀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태입니다.”

지난 1991년부터 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김은숙씨.

공장 근무 이후 각종 병에 걸리기 시작해 약 8년 만에 퇴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측의 어떠한 조치나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는 게 김씨의 말입니다.

[김은숙 / 전 삼성반도체 온양사업장 근로자]
“저에 대한 병은 해당이 안 된다고 그때 반도체에서 해당되는 게 뇌종양, 백혈병, 유방암, 재생불량성 빈혈, 난소암밖에 안 해줬거든요. 해당 그 5가지 외에는 자기네랑 상관없다고 이렇게 판단해 가지고 조치를 하나도 안 했거든요.”

이처럼 사측이 정해놓은 산업재해 인정 범위 밖의 병에 걸리게 되면 회사로부터 보상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아가서 보상을 받으려면 근로자들이 스스로 과학적 입증까지 해야 합니다.

그러나 평범한 근로자들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회사 측에서 현행법을 근거로 영업비밀, 기술보호라는 명목 하에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달 27일 국회에서는 ’알권리3법’ 개정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계속되는 중대재해로부터 노동자들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알권리3법이란 산업안전보건법, 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을 말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안전보건자료의 보존 및 관리 ▲사업주의 안전보건자료 공개 의무 ▲안전보건자료의 제공 청구 등이 담겨 있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이 통과되면 고용노동부가 안전보건자료의 체계적 관리에 앞장서서 안전보건자료의 구체적 목록을 규정하고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통합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고 노동자가 법정 기준에 따라 청구하면 그 자료를 공개하도록...”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대표적인 개정안 내용으로는 국가핵심기술 정보 비공개 항목에서의 범위를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에서 ‘공개될 경우 기술의 부정한 유출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정보’로의 제한 등이 있습니다.

알권리3법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대표는 “국가핵심기술이라고 공개를 안 하는데 어떻게 피해자가 입증하느냐”고 호소했습니다.

[황상기 / 고 황유미씨 아버지]
“우리 유미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니 피해자가 입증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가핵심기술 관련만 있으면 공개하지 말라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병들고 죽어도 국가핵심기술이니 병에 걸린 이유도 알아보지 말란 말입니까?”

근로자의 산재 관련한 입증 책임에 대한 싸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법원은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안전보건진단보고서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등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추가적 요청에 대해서는 또 거부당했다는 게 반올림 측 설명입니다.

[이상수 / ‘반올림’ 상임활동가]
“(판결문에 따르면)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보니까 영업 비밀이 아니더라, 그리고 설사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이거는 생명과 건강과 안전에 관련한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해야)... 근데 갑자기 삼성이 이게 국가핵심기술이니까 공개하면 안 된다라는 가처분소송 내고...”

그러면서 “현장의 노동자들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관련 법안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상수 / ‘반올림’ 상임활동가]
“현장의 노동자들 전체가 다 잠재적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알권리3법이 결국 제대로 반영이 돼서 제대로 개정이 돼서 좀 건강과 생명, 그리고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환경 문제까지 같이 이제 이런 게 좀 충분히 보장이 되고...”

매년 OECD 산업재해 사망사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근로자의 환경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동시에 사후 대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법률방송 이혜연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호 / 그래픽: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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