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올해 초 발생한 선박수리업체 삼강이앤씨 하청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 대표가 최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이 법을 위반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삼강이앤씨 사건을 포함해 단 4건입니다.

이를 두고 법 시행 9개월이 지났음에도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내며 각자의 입장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여전히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계의 목소리를 이혜연 기자가 듣고 왔습니다.

[리포트]

하루 평균 1.87명.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지난 9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일 평균 사망자 수입니다.

이 같은 산재 사망사고를 막고자 중대재해법을 만들었으나, 법 시행 후 되레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노동자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공개한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자료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말까지 발생한 사망사고는 483건으로 총 510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 1∼9월에는 49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0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고 자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9건(1.8%) 줄었지만, 사망자는 8명(1.6%) 늘어난 겁니다.

이 같은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먼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수사를 한 뒤 검찰에 사건을 보내고 이를 검찰이 재판으로 넘기는 구조입니다.

지난 8일 기준 노동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사건은 58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23건으로, 이중 검찰이 재판에 넘긴 건 단 4건입니다.

처벌사례는 아직 거의 미미한 데다 현장에선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어 법에 대한 실효성 지적이 나옵니다.

[전재희 /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이제 법 시행 이후로 처음 법이 적용되었던 양주 채석장 삼표산업 현장 같은 경우에는 노동부가 한 4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했고 그래서 이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다가 송치했지만, 명백히 이제 위법 소지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중대재해법이) 종이호랑이처럼 여겨지게 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좀 현실적으로 보완돼야..."

법조계 또한 시행 9개월이 지났지만 실제로 기소된 비율이 낮다며 적극적 집행력을 강조했습니다.

[권영국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실제로 이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수사하면서 기소해서 법의 위하력이라고 하는 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집행력을 행사해야...”

특히 ‘속도전’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재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지난 달 국회 앞에서는 발주자와 건설사업자에 책임을 지우는 건설안전특별법, 일명 ‘속도전 예방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도 진행됐습니다.

[함경식 / 노동안전연구원 원장]
“기준이 28일에서 15일을 빼면 13일을 미리 동바리를 제거하기 때문에 콘크리트의 강도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위에 층을 타설하고, 타설하고 이런 과정에서 무너진 게 아니겠는가...”

경영계나 노동계 등 각계가 한 목소리로 중대재해법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책임 소재’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이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에어컨 부속자재 제조업체 두성산업 사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두성산업 변호인단 측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등을 근거로 중대재해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매모호한 법의 규정만으로 사업주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건 과중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안창호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 / 두성산업 법률대리인]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1년 이상 30년 이하의 굉장히 엄중한 처벌을 하고 있는 과연 이런 법이, 그러니까 법 전체에 체제의 균형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느냐... 엄중한 형사처벌과 민사 책임을 부담시키려고 하면 법 규정이 명백해야 됩니다."

노동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전국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장 전반을 알 수 있는 건 원청 뿐”이라며 “건설노동자의 죽음에 가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합니다.

[전재희 /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한익스프레스 같은 경우에는 층이 달랐기 때문에 용접하시는 분들은 유증기가 나오고 있다는 걸 알 수도 없는, 근데 이걸 다 알 수 있는 사람 원청 밖에 없어요. 건설노동자들의 죽음에는 가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생명이 달린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중소기업을 향한 정부의 지원입니다.

현행법상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재해가 더 많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권영국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중소기업의) 적용이 유예되거나 또는 제외되어 있는 부분에서 이렇게 이제 법이 규정되는 것은 실제로 이제 사망을 줄이는 데 있어서 매우 한계가 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안타까움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만큼 이를 해결할 법이 보다 명확하고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이혜연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호, 안도윤 / 그래픽: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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