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로스쿨, 변시제도 설계 변질로 파생한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겨"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 흑역사로 남을 것... 될 때까지 헌법소원 계속 낸다"

[법률방송뉴스] 앞서 로스쿨 졸업 5년 이내 5회 안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영구적으로 변시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이른바 '변시 오탈제'에 대해 헌재가 내린 '합헌' 결정에 대한 취지와 사유에 대해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사건을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는 헌재 합헌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류 변호사는 '비겁', '억지', '사회적 살인' 같은 초강경 표현들을 사용하며 헌재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류하경 변호사는 법률방송이 어제 집중 보도한 민변 주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법조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해 토론회가 진행되는 도중 헌재 합헌 결정 소식을 들었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법률방송 취재진을 만난 류 변호사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헌재 결정을 성토했습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변시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문을 연역식으로 쓴 게 아닌가. 답을 정해놓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뒤에 비합리적으로 붙이는 그런 모양새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쌓여있는 증거들이라거나 법리라거나, 그 생각밖에 안 들죠. (제가) 법리적으로 부족한 점이 뭘까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역을 제외하고 출산이나 임신, 질병 등을 5년 내 5회 응시제한 산정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변호사시험법 7조 2항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청구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했습니다.

기본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청구해야 하는데, 헌재가 마지막 변시 시험일을 기준으로 삼고, 청구기간이 지났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논리라는 비판입니다.

기본권 침해 사실을 안 날의 기산점은 시험일이 아닌 "변시 합격자 발표가 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변시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그렇게 보면 안 되거든요. 이 학생들이 '아, 내가 다시는 변호사시험을 못 치게 되겠구나'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변호사시험에 내가 불합격했다는 사실을 안 날이에요. 그렇잖아요. 시험 치고 난 다음에 변호사시험 합격할 때까지는 내가 붙을지 안 붙을지 몰라요. 내가 기본권 침해 상황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가 불명확한 상황이란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날 비로소 '아, 내가 이제 5번째 떨어졌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예요."

헌재는 청구기간이 지나지 않은 청구인들에 대해선 "자신들의 기본권을 어떻게 침해했는지 구체적인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앞선 각하와도 모순된 결정이라고 류 변호사는 지적합니다. 

헌재 말대로라면 마지막 변시 응시 직후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시험을 쳤으니까 붙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시험일) 상황에는 이 사람은 기본권 침해당한 게 아니거든요, 아직까지는. 붙을 수도 있으니까. 합격자 발표 날 비로소 내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 나는 이제 5번 끝이야' 그게 기본권 침해 사실을 안 날이 되는 것이죠. 이게 뭐가 어려워요. 이렇게 되면 누구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돼요. 내가 떨어질지 붙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헌법소원을 제기해요. 그것이야말로 진짜 헌법소원의 남용 아니겠어요."

복잡한 법리를 따질 거 없이 '1+1=2'라는 간단한 산수 같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린데 대해 류 변호사는 '비겁하다'고 직격탄을 날립니다.

헌재가 기존 법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기득권 의식을 갖고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류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제 사건이라서가 아니라 거의 '1+1=2' 수준의 법리논쟁인데 왜 헌법재판소가 아직까지도 정치적으로 변호사 숫자를 통제하기 위해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 상황을 묵인하고 방조하고 동조할까. 변호사시험법 7조는 100% 위헌이라고 선언해야 하는데 그렇게 선언했을 때 변호사 숫자가 조금 늘어난다거나 현행 변호사시험 제도가 조금 흔들린다거나 이런 위험을 겁낸 게 아닌가. 헌법재판관들이 말이에요. 비겁한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국가고시들과 비교해도 변시에만 '오탈제'를 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제도를 유지해야 할 실익도 없다고 류 변호사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우리나라 어떤 시험도 5년 동안 5번 떨어졌다고 평생 동안 시험 못 보게 하는 시험은 없어요. 그러니까 5년을 공부해서 5번 떨어진 사람이 평생 동안 변호사가 될 수 없게끔 하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처벌이다, 이 사람들 왜 이런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도대체 이해가 안 되죠. 이 사람들을 평생 동안 변호사 못 되게 벌을 내리는 게 이게 직업선택의 자유가 아니면 뭐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예요."

'5번 응시했는데도 안 됐으면 그만하면 됐다'는 식의 '자질론'에 대해서도 "변시가 의사 국가고시처럼 '자격시험'으로 운용되는 것을 전제로 출범했는데 '상대평가'로 변질됐기 때문에 일정 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애초 설계에서 변질된 데서 파생한 구조의 문제를 개인에게 책임과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이를테면 1기 때는 총점 720점만 받아도 합격이에요. 그런데 지금 (변시) 5회 이상부터는 900점이 넘어야 합격할 수 있는 거예요. 아주 우연히 몇 회 늦게 입학했다는 이유로 내가 1기들보다도 200점이나 더 높게 맞았는데 떨어지는 거예요. 쉽게 말해서 750점 받은 1기들은 정상적으로 변호사 생활 하는데 한 4년 정도 우연히 늦게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850점을 계속 맞는다, 그러면 100점이나 더 맞았잖아요. 그런데도 오탈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황당해요."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변시 학원화를 부채질하며 다양한 사회계층과 배경을 지닌 법조인 배출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고 류 변호사는 지적합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그 전 선배들보다 점수를 월등히 높게 받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올라가는 점수를 못 따라가서 5번 떨어지고 그게 뭐 그렇게 잘못한 거예요. 제도가 잘못해서 피해 본 건데,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평생 변호사 되지 말라고 벌까지 내려요. 이것은 '사회적인 살인' 아니에요. 입장 바꿔서 한번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헌법재판관들이 지금 로스쿨 들어오잖아요, 헌법재판관 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어려운 시험 제도에서. 누구도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장담 못 하는 제도예요, 지금. 떨어진 사람하고 합격한 사람하고 실력의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변시낭인' 양산을 막기 위해 오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헌재 결정에 대해서도 단호한 어조로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오탈제에 걸려 이른바 '오탈자'가 된 게 변시낭인이라는 반박입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5년 동안 5번 떨어지는 사람들이 '변시낭인'이에요. 이 제도가 만들어낸 '오탈자'들이 변시낭인입니다. 제도를 다시 보완을 해야죠. 침대에 맞춰서 사람 팔·다리를 자르고 있는 거예요, 지금. 사람에 맞게 침대를 다시 만들어야죠. 떨어지는 사람들은 오탈 돼서 평생 동안 못 보는 사람들은 이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본권 침해죠. 살인이랑 똑같아요."

헌재의 "오탈제 제한 규정을 알고도 로스쿨에 입학한 것 아니냐"는 말에 대해 류 변호사는 오히려 "헌법재판관들이 그 스스로 현행 로스쿨 제도와 변시가 기본권침해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로스쿨 제도는 기본권이 침해되는 제도인데 그것을 알고 입학했으니까 결국 기본권 침해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니냐"라는 게 류 변호사의 말입니다.

민변 인권위원회 소속으로 우리 사회 소수와 약자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류 변호사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될 때까지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오탈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암 투병하다 시험을 놓친 사람도 있고 아이들 키우다가 기간을 놓친 사람들도 있고 될 때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흑역사로 남을 거예요. 변호사시험법 7조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관들은 이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역사에 굉장히 나쁘게 기록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될 때까지 해야죠. 헌법재판소의 명예를 살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기회를 더 주는 것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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