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기하던 서울구치소 나오며 취재진에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착잡한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착잡한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 '불법 승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이 부회장을 상대로 8시간 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장고 끝에 이날 오전 2시쯤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놓였으나, 영장이 기각됨으로써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서 혐의를 다툴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됐던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영장이 기각된 후 오전 2시 40분쯤 전날 오전 법원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구치소 정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영장이 기각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합병·승계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등 질문이 이어지자 취재진을 향해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그는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제네시스 G90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떠났다.

◆ 검찰 "기각 결정 아쉽다, 향후 수사 만전"... 변호인단 "구속 필요성 없다는 취지"

원정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사유로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직후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은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영장 기각은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는 입장을 냈다. 변호인단은 "향후 검찰수사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검찰수사심의위에도 관심... 검찰시민위 11일 회부 논의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향후 진행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삼성 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1년 6개월 이상 수사를 진행하며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110여명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 조사를 하는 등 이미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 논의한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으로 구성된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 및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틀 뒤인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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