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활동 관련한 언론사 압수수색은 31년 만에 처음
채널A 기자-검찰 고위간부 통화녹음 등 물증 나오나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 서울 광화문 본사를 압수수색한 28일 채널A 정문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 서울 광화문 본사를 압수수색한 28일 채널A 정문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수사기관이 언론사를 취재활동과 관련해 압수수색한 것은 31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내 채널A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이모 기자의 신라젠 의혹 취재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검찰 고위간부와 친분을 이용해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을 협박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채널A 기자 50여명은 스크럼을 짜고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 관계자 4명과 대치하기도 했으나 결국 압수수색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채널A 본사를 포함해 이 기자 등 취재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의 주거지 등 모두 5곳을 압수수색, 내부보고 기록이나 검찰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녹음파일 등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자가 지난 2∼3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던 중 검찰 고위간부와 친분을 이용해 이 전 대표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라"며 강압적으로 취재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은 지난달 31일 MBC의 보도로 불거졌다.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와 제보자 지모(55)씨, 유착 당사자로 지목된 검찰 관계자, 이 기자가 편지를 보내 신라젠 취재 협조를 요청한 이철 전 VIK 대표의 구치소 수용거실 등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대검찰청 차원에서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면서 채널A와 MBC 측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임의제출 방식으로는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한 수사팀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에서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이 기자와 '성명 불상의 검사'로 고발된 검찰 고위관계자의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할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언론사 취재활동 관련 압수수색 1989년 이후 처음... 기자들 "언론자유 침해" 성명

언론사 취재활동과 관련해 압수수색이 벌어진 것은 지난 1989년 안전기획부가 서경원 평화민주당 의원 방북 건을 취재한 한겨레신문 편집국을 압수수색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언론사 압수수색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대부분 무산됐다. 당시 서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안기부는 한겨레 기자가 관련 내용이 담긴 취재수첩과 사진 등의 제출을 거부하자 압수수색에 나섰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8년 '드루킹 사건'을 취재하던 TV조선 기자가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가 태블릿PC 등을 가지고 나와 불구속 입건됐고, 경찰이 보도본부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기자들의 저항에 막혀 철수했다.

지난 2017년 11월 검찰이 MBC 마포구 상암동 본사를 임원들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강제 수사한 것과, 지난해 10월 검찰이 매일경제방송(MBN)을 자본금 편법 충당 의혹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한 것은 기자들의 취재활동과는 관련이 없는 사례였다.

채널A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회사 차원의 저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광화문 사옥에 도착했을 때 보도본부장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등 전반적으로 회사와 검찰 간 상호 협의 하에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 1일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조사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취재윤리 위반 사실은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협회 채널A지회는 이날 '검찰의 명분 없는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검찰이 31년 만에 언론사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했다"며 "이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기자들의 취재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압수수색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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