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도쿄대 정교수 임용된 비판적 정치학자
"한·일 갈등, 역사·경제·안보 문제 모두 얽힌 정치 이슈”
"일본 보이콧 도움 안 돼... 일본 국민 지지 이끌어내야"

[법률방송뉴스] 일본 정부가 수출 혜택을 주는 이른바 ‘백색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오늘(7일) 공포하고 관보에 게재했습니다.

관련해서 오늘 국회에선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최로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대립을 넘어서-한·일 관계 진단과 해법’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이 열렸습니다.

특별강연자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제시하는 한일 관계 진단과 해법을 ‘심층 리포트’, 신새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강상중 명예교수는 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과 세이가쿠인대학 학장 등을 지낸 일본 내 대표적인 정치학자이자 비판적 정치사상가입니다.

강 명예교수는 먼저 지금의 한일 갈등 상황을 “역사·경제·안보 문제가 밀접하게 연결된 정치 이슈”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되었던 우리 대법원의 ‘일제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단순히 돈 얼마 배상하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강력히 부정하고 있는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이라는, 일본 입장에선 역린을 건드린 문제라는 겁니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 입장에선) 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은 한일기본조약을 짓밟는 국제조약 위반이며, 왜 문재인 정권이 이것에 대해 액션을 취하지 않느냐가 일본 측의 큰 불만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데 대해선 강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 외교 라인과 경제 라인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헤게모니를 쥐고 아베 총리의 강경 대응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합의된 조치는 아니라는 건데 그 근거로 강 명예교수는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일본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본 내 여론에도 해당 조치를 강행한 점, 역설적으로 외교적으로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된 작금의 현실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애초 아베 총리의 강경 대응으로 시작된 문제니만큼 문제 해결의 키도 아베 총리가 쥐고 있고, 이에 강 명예교수가 해법으로 제시하는 두 축은 미국과 북한입니다.

일단 미국에 대해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GSOMIA)를 지렛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의 심각한 균열로 종래엔 중국의 이익이 되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려 하는 아베 총리에 명분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메시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개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북한에 대해선 북한과 일본과의 정상회담 등에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이 알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접근이 당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또한 역설적 상황이지만 어떤 의미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최종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는 북한이 될 수 있다는 게 강 명예교수의 설명입니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그에 따라 한일관계가 달라지고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차원에서 남북문제에 접근하고 장차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3단계 통일론'의 '제1단계 국가연합'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본으로서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문 대통령이 아베를 적극 설득해야...”

강상중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선 “일본과 한국의 교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천만명에 이른다. 일본 보이콧은 한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으며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별강연 참석자들은 강 명예교수의 조언에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정립을 선언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화답했습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그 당시에 그런 의미있는 정말 획기적인 사건을, 그 후에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이 계승했더라면 지금 한일 관계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이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풀 생각을...“

“한국은 일본과의 대립을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걸 기회로 만들어 총력전을 펼쳐 한국경제 자체를 버전업시켜야 한다”는 것이 강상중 명예교수의 한국에 대한 조언입니다.

강연 말미 강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은 반드시 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덕담 섞인 전망으로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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