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한일청구권협상 의사록과 대일청구요강 문건 일부 공개
“피징용 한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그 밖의 청구권 변제 문제 모두 해결"
한국 대법원 판결은 '보상' 아닌 식민지배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 판결

[법률방송뉴스] 일본 정부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의 협상 기록 일부를 공개하며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이미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과연 그런지 들여다봤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어제 오후 출입기자단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한국 정부의 대응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그 근거라며 관련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고 합니다.

1965년 체결된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제시한 ‘대일청구요강’과 의사록 일부가 어제 공개된 문건입니다.

대일청구요강은 모두 8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항목은 “피징용 한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그 밖의 청구권 변제를 청구한다”는 내용입니다.

피징용 한인, 즉 한국 징용 피해자들이 징용 갔다 못 받은 임금이나 강제 동원에 대한 보상금, 특히 그 밖의 청구권 등 애초 한국 측에서 보상받아야 할 모든 걸 다 청구했다는 겁니다.

의사록엔 또 '피징용자 피해 보상‘ 관련 한국 측 대표가 “강제적으로 동원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 것에 상당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한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한국 측의 이런 요구에 일본 정부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상당을 제공했고 그걸로 미수금과 보상금, 그 밖의 청구권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외무성의 주장입니다.

실제 한일청구권협정엔 식민 지배 시절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기는 합니다.

이와 관련 일본 내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보수신문 요미우리는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한국 측은 교섭 과정에서 보상을 요구했고 청구권협정에 징용공 위자료가 포함된 것은 명백하다. 개인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한국 측 주장은 모순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뜻 청구권협정 문구와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문건 내용만 보면 한국 정부가 달리 반박할 근거가 없는 외통수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 측 주장은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바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입니다.

법적으로 ‘보상’은 정당한 행위지만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갚아주는 것을 말하고, ‘배상’은 애초 불법하거나 위법한 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전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손실 보상’, ‘피해 배상’입니다.

한일청구권협정 어디에도,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문건 어디에도, 요미우리가 쓴 기사 어디에도 ‘배상’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보상’이라는 단어만 있을 뿐입니다.

이는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에도, 지금도,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고, 일본 정부가 ‘배상’이라는 단어에 ‘알러지’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뒤 경제개발을 위한 종자돈이 급했던 박정희 정권이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청구권협정에 명시하지 않은 건 당시 정권의 한계이자 과오일 수는 있지만 그게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거나 불법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닙니다.

우리 대법원 판결도 불법한 강제징용 노역에 대한 피해 배상 책임이 일본 전범기업에 있다는 판결이지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을 해주라는 판결이 아닙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외무성이 한일 협상 기록 일부를 공개한데 대해 “일본 측 생각을 대외적으로 설명해 올바른 이해를 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대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도 그렇고 일본의 수출규제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조치는 모두 결국은 WTO나 국제 여론전으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라는 생각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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