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협박 없었다면 10세 아동이 원해서 성관계?... '아동 성폭력' 감형 판사와 '성폭행 저항'
폭행·협박 없었다면 10세 아동이 원해서 성관계?... '아동 성폭력' 감형 판사와 '성폭행 저항'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19.08.0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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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아동 성폭행 혐의 학원장, 1심 징역 8년에서 2심 징역 3년으로 감형
"감형 판사 파면" 국민청원까지... "10세 아동이 어떻게 저항해야 하나"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아동 성폭행범 감형 판사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이게 사건 내용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보습학원 원장인 30대 이씨가 작년 4월 한 채팅앱을 통해 10살인 A양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이날 자정 이씨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A양을 승용차에 태운 뒤에 서울 강서구의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이씨가 A양에게 소주 2잔을 마시도록 권했고요. 이씨는 술에 취한 A양이 침대에 눕자 강제로 A양의 옷을 벗기고, 손으로 A양의 양손을 잡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후에 성폭행했다는 사안입니다.

이씨는 재판에서 “자신은 A양이 13세 미만인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합의를 거쳐 관계를 가진 것일 뿐 A양을 폭행·협박한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했는데요.

1심에서는 이씨가 A양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것은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봐서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에서는 A양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이씨가 자신을 누른 채로 성행위를 했다고 진술한 점, 그리고 A양이 어머니에게 ‘이씨가 강제로 성행위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유죄의 근거로 들었고요.

이씨도 성폭행 당시 A양이 자신을 밀어내거나 옷을 벗기는 것을 거부했다고 진술했다는 점도 고려가 됐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씨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었는데요.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징역 5년이 감형이 되었는데,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관련해서 청와대 게시판엔 “감형 판결은 상식에 어긋난 것”이라면서 해당 판사를 파면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이 지난 6월 14일에 올라와 한 달 동안 24만 명이 넘게 동참했습니다.

[앵커] 2심에서 폭행·협박이 없었다고 판단한 이유나 근거는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2심은 폭행·협박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는데요. 대신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를 적용했습니다. 이 죄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간음한 경우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폭행·협박이 없어도 강간죄로 보고 처벌하는 것인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양손을 잡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는데요.

그 첫 번째 근거는 A양이 약 2시간 동안 피해 사실에 관해 진술을 회피했다는 점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조사관 등의 종용에 의해 진술을 시작했다”면서 사실상 A양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근거는 A양이 “이씨에게 직접적으로 폭행·협박을 당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는 점인데요.

재판부는 “조사관이 ‘이씨가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취지로 묻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라면서 “이것을 통해서는 이씨가 누른 A양의 신체 부위, 이씨가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또 그 행위로 인해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A양의 영상녹화 진술증거만으로는 폭행·협박 여부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항소심에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밝혀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하지만 직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유죄 판단을 내렸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청와대가 '감형 판사 파면' 국민청원에 답변을 내놨다고 하는데 뭐라고 하던가요.

[윤수경 변호사] 오늘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답변했는데요.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사법권은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분리된 독자적인 국가권력으로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는 게 청와대 공식 답변입니다.

청와대는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한 국민청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앵커] 삼권분립, 원론적으로야 백번 맞는 말인데 청와대는 다른 답변은 더 없었나요.

[윤수경 변호사]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항소심 감형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 센터장은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및 성범죄가 한국 사회에서 사라지도록 지금보다 더욱 적극 대응하라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각 부처에 다시 전달하겠다”며 “부처의 관련 업무 이행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아동·청소년 성범죄’라고 하는데 대법원 양형 기준 같은 게 어떻게 돼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아동·청소년은 19세 미만의 사람을 말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간음 또는 추행은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3세 미만에 대한 범죄는 공소시효도 적용되지 않는 등 일반 성범죄보다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성범죄, 아동·청소년에 대한 ‘형법’상의 성범죄, 아동·청소년에 대한 ‘아동복지법’상의 성범죄에 규정돼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간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고요. 형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간음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이것을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라고 해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간음할 경우 폭행·협박이 없어도 강간죄로 보고 처벌하는 것입니다.

[앵커] 앞서 항소심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했는데, 10살짜리 어린애한테 꼭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을 써야 협박이 되는 건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2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몸으로 누른 행위가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는데요.

30년 이상 지속된 강간죄의 폭행·협박에 대한 ‘최협의설’, 즉 가장 좁게 보는 입장을 따랐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폭행·협박에 겁을 먹고 자포자기 상태로 간음을 당한 경우에는 ‘죽도록 저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가 있게 됩니다.

2000년대 들어서 대법원이 강간죄의 보호법익을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판시했는데도 이렇게 좁은 최협의설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은 성관계를 하지 않을 자유’이기 때문에 폭행·협박의 정도와 관계없이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채팅앱에서 만난 처음 30대 남성이 양손을 압박한 채 강간을 하려고 할 때 그 상황을 물리칠 정도의 저항을 할 수 있는 10세 아동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동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공포감으로 얼어붙을 수 있고요. 게다가 가해자는 피해 아동에게 술까지 먹였기 때문에 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세에 어린 아이에게 자기 집으로 유인했고, 소주 2잔을 먹인 뒤 강간한 사람에게 이렇게 가장 낮은 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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